백화점 등 세일 성수기지만 '울상'
"고객유출 막아라" 유사할인 제공


내년 5월 결혼을 앞둔 한모(32·여)씨는 본의 아니게 예정보다 혼수용품을 미리 장만하게 됐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TV와 침대 매트리스, 인덕션 등 큰 돈 드는 혼수 용품을 구매할 경우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300만원 가량이나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수수료와 배송비 등을 감안해도 여러모로 직구가 싼데, 굳이 국내에서 살 필요가 없다"며 "미리 원하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통관고유번호도 발급받는 등 직구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해외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들의 지갑은 활짝 열리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가 다가오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대란'이 예고된 상태다.

27일 경기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등은 연말 세일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출 하락을 우려하며 인상을 쓰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8일부터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로, 평소 백화점 소비자였던 고객들이 해외 직구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세일족'들이 대거 '직구족'으로 이동하면서, 가뜩이나 매출 하락에 허덕이는 유통업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들의 눈길을 돌리려는 국내 유통업계도 저마다 '블랙위크엔드', '수퍼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직구족을 붙잡을 유사한 할인 행사를 마련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30만원이상 결제 시 12개월 무이자 할부(자사카드 소지시)라는, 국내 백화점중 최초이자 최장기간의 할부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도 28일부터 3일간 인기 브랜드를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직구를 겨냥, 현대H몰에서도 할인을 진행키로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중국도 최근 '싱글데이'에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며 "우리나라도 자국민의 국내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