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게이드 레스토랑
런던 작은 주방 임대해 시작한 사업 '입소문'
지방정부·민간 지원받아 노숙인 요리사 배출
교육 비용 전액 부담·수익금 절반은 '재투자'

■렘플로이
장애인들에 일자리 소개시켜주는 정부 조직
'잘 할 수 있는' 직업 파악해 마지막까지 지원
기업 3500여곳과 협력… 2만여명 취직 도와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와 환경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기업을 이른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한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수익금은 다시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돕는데 사용된다.

영국에는 이같은 사회적 기업이 60만여개에 이른다. 특히 장기 실업자나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숙인을 고용해 요리사로 양성하는 '브리게이드 레스토랑'(Brigade Restaurant)과 장애인 고용기관 '렘플로이'(Remploy) 등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을 고용하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브리게이드 레스토랑

영국 런던에 위치한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은 노숙인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브리게이드는 1861년 런던 대화재를 추모해 지어진 소방서 건물에 들어서 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서처럼 책임의식을 갖고 거리의 노숙인들에게 자립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다.

브리게이드 설립자이자 요리사인 사이먼 보일은 2006년 동남아 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쓰나미 현장에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첫 시작은 2009년 런던의 작은 주방(Kitchen)을 임대해 노숙인 3~4명을 대상으로 요리와 서빙 등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입소문을 거치면서 지방정부의 지원도 받게 됐고, 민간 후원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이먼 보일은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의 후원으로 비어있는 소방서 건물에 입주해 식당을 세우고, 본격적인 노숙인 요리사 양성에 들어갔다.

사이먼 보일은 비욘드푸드재단(BFF·Beyond Food Foundation)을 설립하고, 16~60세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자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들은 6주동안 요리에 관한 기본 및 심화과정을 거치고 6개월간 브리게이드 주방에서 현장 실습을 갖는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브리게이드에 남거나 다른 식당 주방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브리게이드는 매년 16명을 교육시켰고, 지금까지 5년간 60여명의 요리사를 배출했다.

브리게이드는 현재 65개의 좌석과 4개의 방(Private dining room) 규모로 매년 250만 파운드(약 43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노숙인들이 제발로 찾아와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고, 손님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브리게이드의 노숙인 프로젝트는 훈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숙인들이 다른 직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돕는 상담활동도 진행한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교통비를 제외하면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브리게이드가 부담하며, 수익금의 절반은 노숙인 교육에 재투자한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노숙인들은 각자 과거를 잊고 새출발하는 날을 꿈꾸며 일하고 있다. 6개월째 브리게이드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마이클 존슨(57)씨도 마찬가지다.

한 때 잘 나가던 요리사였다는 그는 7년 전 사춘기를 겪던 첫째 딸을 심하게 혼내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돼 6주간 철창 신세를 진 뒤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일자리를 잃은 마이클씨는 길거리를 전전했고, 요리경력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이 없어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다.

1년 전 노숙자 임시 합숙소에 머물다 브리게이드의 노숙인 재활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브리게이드에서 매달받은 돈으로 노숙인 합숙소에서 나와 혼자 지낼 집을 구하기도 했다.

마이클 존슨씨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과 원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돼 기쁘다"며 "브리게이드에 안주하지 않고 전국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것이 지금의 꿈이다"라고 말했다.

비욘드푸드재단은 8개의 노숙인 지원 민간단체 및 정부 지원단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들 단체는 길에서 방황하는 노숙인들을 만나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모든 노숙인들이 마이클 존슨씨처럼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만난 120~140여명의 노숙인 중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절반도 안되고, 브리게이드에 들어와서도 중도 탈락자가 속출한다는게 브리게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브리게이드 레스토랑 젠 세이모어 매니저는 "노숙인들은 한 곳에 머무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브리게이드의 목표는 노숙인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한다기 보다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렘플로이

영국 렘플로이는 장애인들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조직이다. 일종의 '장애인 직업소개소'인데, 장애인복지의 개념을 일자리 창출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장애인 복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렘플로이는 영국 전역에 60개 지점이 있으며 내년 3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렘플로이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이군인의 취업 알선을 위해 제조업 중심의 네트워크에서 시작됐다가 일반 장애인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50여 곳에 달하는 공장을 직접 운영해 장애인을 채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조업의 쇠퇴로 지난해 직영공장을 폐쇄했다.

렘플로이는 대신 직접 고용보다는 협력기업에 취업을 알선해주는 역할로 전환했다. 3천500여 민간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어 장애인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다. 렘플로이를 통해 일자리를 찾은 장애인은 2만여명에 달한다.

렘플로이의 목표는 '고용 평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고용주를 상대로 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반대로 고용주에게는 우수한 인재를 소개시켜줘야 한다는 책임도 있다.

렘플로이는 구직 장애인들의 이전 직업을 파악해서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매주 '잡 미팅'(Job meeting)을 갖는다.

한 팀에 8명 정도 구성된 잡 미팅 그룹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렘플로이 직원은 각자의 장애에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가려낸다. 그룹 활동은 이들 장애인이 직업을 구할때까지 계속된다.

렘플로이 정책담당 톰 힉스 씨는 "일단 기업에 장애인의 장애 정도와 종류를 언급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좋으니 일단 한 번 일을 시켜보라고 한 다음 결정하게 한다"며 "보통 장애인들은 어려운 취업의 문을 넘어섰다는 것에 감사하기 때문에 회사에 충성도도 높고 비장애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경향이 있어 고용주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고용주와 장애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의무고용 기간인 6개월 이후 장애인이 회사에 남는 비율은 70~80%에 달한다. 렘플로이는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과 매주 1차례 이상 전화상담을 실시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사후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내년 민영화를 앞둔 렘플로이는 사회적기업 투자자를 찾는 것이 당면과제다. 수익구조도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받는 등 자체적인 수익사업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톰 힉스 씨는 "렘플로이가 추구하는 가치를 기업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가 됐다고 해서 우리의 사업방향이 변한다면 결국 외면당할 것이다"라며 "일반 기업에서도 고용의 다양성 차원에서 장애인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글/김민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