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2천원 대폭인상 앞뒀는데…
금연운동·세수증대·서민들의 불안감…
얽혀있는 방정식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
여야 합의로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야당은 1천원의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2천원 인상을 고수해 온 정부·여당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세수 증대 목적이 아니라고 밝히지만 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만4천원 하는 담배도 있다. 그래서 뉴욕에는 1개비씩 파는 낱개 담배가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광화문 종로에서도 노점상에서 낱개 담배를 팔았다. 일명 '까치담배'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1970년대 어렵던 군대시절 훈련소나 자대생활 중 졸병 고참 할 것 없이 최고의 기호품이 담배였다. 물론 비흡연자는 제외다. 한때 비흡연자에게는 담뱃값 대신 돈으로 주었다지만 그때는 안 피우는 사병들에게도 다 배급했다. 50분 훈련 후 조교가 외친다. '담배 1발 장전' 하면 훈련병들은 '발사' 하고 외치면서 담배를 꺼내든다. 꿀맛이었다. 어느 친구는 길이가 짧은 화랑담배 한 개비로는 양이 모자라다고 두 개비 이상을 연신 뿜어댔다. 이틀에 한 갑씩 한 달이면 15갑이 지급됐다. 그러나 담배 배급도 끊어진 군에서 이젠 10만원 조금 넘는 이등병의 월급으로는 4천500원의 담뱃값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사병들도 담배를 끊어야 할 경우가 내년부터는 생길 판이다.
담배를 말할 때 시인 오상순을 빼놓을 수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붙이기 시작한 담배를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놓지 않았다고 한다. 호도 아예 담배꽁초를 연상케 하는 공초(空超)다. 그는 보통 하루에 180여 개비를 태웠다는 것이다. 20개비들이 담배 아홉 갑을 피웠으니 지금 생각하면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순진무구의 영혼으로 살다 간 천상병 시인도 '나의 가난은'이라는 시에서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라고 노래했다. 담배를 끊었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고민이 생기면 가끔 담배를 얻어 피웠다고 한다. 마지막 길을 가려고 오른 부엉이 바위에 다다랐을 때도 고인은 담배를 찾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동행한 경호과장은 담배가 없었다. 담배를 가져오려는 경호과장에게 '됐다'고 하고는 세상을 등졌다. 숨지기 전 담배 한 개비를 물었더라면 어찌 됐을까 상상해 보는 이도 있다.
이처럼 담배의 엄청난 폐해를 알면서도 담배를 피워본 사람은 나름대로의 효능을 안다. 생리적인 안정감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이 공허하다거나 괴로울 때 피우는 담배는 풀리지 않는 갈증과 답답함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어떤 의사는 담배를 끊으려다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피우라고 하는 경우도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유독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높다. 지난해 기준 4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두 번째다. 특히 30~40대 남성들의 흡연율은 각각 54.5%, 48.0%로 2명 중 한 명은 담배를 피운다. 최근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골초 국가'다. 한국인들의 새해 결심 가운데 가장 많은 게 금연이고,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대표하는 것도 금연 결심이다.
1996년 국민건강증진법이 발효되면서 흡연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담배와의 전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공공기관마다 금연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했고, 요즘도 텔레비전의 공익광고에는 담배의 독성과 폐해가 자주 등장한다. TV드라마에서마저 흡연장면을 퇴출시켰다. 담배연기에는 무려 4천여가지의 독성화학물질이 들어있고, 이 중 20여종은 발암물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그래서 요즘처럼 담배 피우는 사람이 천대받는 때도 드물다. 예전 같으면 담배끊는 사람을 '독한 놈' 취급을 했다. 지금은 안 끊으면 그 취급을 당한다. 담뱃값의 대폭 인상을 앞두고 금연운동, 세수증대, 서민들의 불안감, '담배 한 개비'에 얽혀 있는 방정식이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하다.
/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객원논설위원
담배 한 개비
입력 2014-12-0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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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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