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3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전국 고교에서 일제히 배부된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3학년 9반 교실에서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A4 용지에 인쇄된 성적표를 든 담임교사가 교단에 오르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던 학생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자, 1번부터"란 교사의 말에 앞으로 나선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일부 학생은 성적표를 차마 들여다보지 못했고, 누가 훔쳐볼세라 둥글게 말아쥐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도 있었다. 가채점보다 성적이 낮게 나왔다는 한 학생은 "아 어떡해, 나 미쳤나봐"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면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겨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성적표를 받자마자 휴대전화 계산기를 두드리며 배치표상 지원 가능한 대학을 확인하는 학생도 있었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학생들은 대체로 이과반 소속이었다.

수학B가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사소한 실수로도 수시모집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할 처지가 된 학생들이 속출한 결과다.

한 여학생은 "수능이 쉽게 나왔는데 실수를 했더니 등급과 성적이 불만족스럽게 나왔다"면서 "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어디든 지원한 뒤 반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성적표를 받아든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표정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서툰 화장을 한 채 셀카봉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졸업앨범을 돌려보며 웃음 짓던 학생들은 돌연 엄숙해졌고, 희비가 엇갈렸다.

▲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성적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학교 3학년 현모(18)군은 "수학B 등급이 예상했던 것보다 한 등급 낮게 나와 재수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심각하다.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답안지를 잘못 작성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모(18)양은 "마킹을 잘못했던 것인지 생명·과학1에서 1∼2등급을 예상했는데, 3등급이 나왔다"면서 "원래는 정시 눈치작전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재수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정모(18)군은 "영어, 수학이 너무 쉽게 나오는 바람에 조금 실수를 했을 뿐인데 등급이 답이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과반의 한 학생은 분통을 못 이겨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친 뒤 후드를 눌러쓰고 귀가하기도 했다.

김경한 서초고 진학부장은 "이번 수능은 자연계 수학B가 너무 쉬워서 수험생들이 굉장히 혼란을 겪게 됐다"면서 "통상 하나 틀려도 1등급이 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문제를 풀지 않고 나머지 문제 정답률을 높이는 전략을 썼던 1등급 학생들이 대부분 2∼3등급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수학B가 변별력을 상실하면서 예년 진학정보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올해 진학지도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문과반은 이런 문제가 상당히 덜할 것이란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진학부장은 "인문계는 국어B가 어렵게 나와 국어B 성적에서 주로 변별력이 생길 것으로 보이며, (이과와 달리) 진학지도 등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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