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3일 오전 수원 유신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수험생이 머리를 감싼 채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만점 속출' 하나 틀려도 나락
기대 못미친 결과 탄식·눈물
고득점자도 경쟁 늘어 불안
복수정답 사태 겹쳐 이중고

올해 수능에서 만점자가 속출, 역사상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이 '멘붕'상태에 빠졌다.

가채점 결과와 다르거나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린 학생들은 탄식을 내뱉거나 눈물을 쏟기도 했다.

3일 오전 수원 수성고 3학년 7반 교실. 시끄럽게 떠들던 학생들은 담임 교사가 들어오자 순식간에 침묵했다. 성적표가 배분되자 학생들은 '아!'라며 짧은 탄식을 뱉거나 일부는 욕설을 내뱉기도했다.

7반은 이과반이라 학생들의 실망이 더 컸다. 생명과학Ⅱ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등급이 널을 뛰었고, 수학 B형은 만점을 맞아야 1등급에 들 수 있어 한두문제 차이로 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남경완(18)군은 "지난 9월 모의고사와 거의 같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학은 4등급에서 6등급으로, 화학Ⅱ는 3등급에서 5등급으로 떨어졌다"며 "시험을 망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머리만 쥐어뜯었다.

창현고 3학년 11반 교실에서도 학생들은 '멘붕'이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생각대로 점수가 나오지 않자 친구들과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고, 성적표를 얼굴에 감싼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매번 모든 영역에서 1~2등급만 받아온 홍도은(18)양의 경우 국어와 영어가 각각 4등급, 수학은 3등급으로 떨어졌다. 영어의 경우 만점자 비율이 3.37%로 사실상 만점이 아니면 등급이 떨어진다.

홍양은 "한양대 경영학과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최저등급을 못맞춰 수시는 물론 정시지원도 어려워 재수할 생각"이라며 "내년 수능은 모의고사 수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신고 3학년 11반에서도 수시 등으로 합격이 결정된 학생은 34명 중 11명 뿐으로, 물수능 탓에 합격 여부가 불투명해진 20여명의 학생들은 고개를 떨궜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고득점자가 많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강건우(18) 군은 "국어 1개, 탐구영역 몇개만 빼놓고 만점을 받았지만, 경쟁자가 크게 늘어나 의과대학 진학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우강제 유신고 3학년 부장은 "학생들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입시전략을 짜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며 "모든 입시가 끝나는 2월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학을 돕겠다"고 밝혔다.

/권준우·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