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가 지배했던 고대 이집트에서는 가스를 없앤 석유인 '역청'이 매우 비싸게 거래됐다. 이집트인들은 지각변동에 따라 지표위로 솟아난 역청을 손으로 채취, 죽은 파라오의 시체를 방부처리하고 영구보존하는 데 썼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여호와가 노아에게 "방주를 하나 만들어라.… 방주의 안팎을 역청으로 칠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역청. 그게 바로 석유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코카서스 산맥을 지나는데 뭔가 검은 것이 땅위로 솟구쳐 거대한 분수를 이루는 모습을 보았다. 그곳 사람들은 그것을 퍼다가 밤에는 불을 밝히는 등잔의 원료로 쓰고, 피부질환을 고치는 약으로 쓰기도 했다"고 적었다.
원유를 본격적으로 정제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의 화학자 J.영이 1848년 화학처리와 증류방식으로 등유와 윤활유를 추출해 특허를 내면서다. 사람들은 그렇게 얻어진 기름을 '석탄유(coal oil)'라고 불렀다. 석유의 양을 말할 때 배럴(barrel)이라는 단위를 쓴다. 1배럴은 158.89ℓ다. 19세기 중반 미국인들은 석유를 나무통에 담아 팔았는데 그 통의 크기가 160ℓ였다. 1860년 석유가격은 1배럴에 20달러였다. 생산이 늘자 배럴당 10센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요즘 자동차의 연료로 쓰이는 가솔린은 1903년 헨리포드가 자동차를 만들기 전까지 쓸모없는 폐기물에 불과했다.
검은 황금인 동시에 검은 피 석유가 전 세계의 화두다. "미국 셰일 붐을 꺾어야 한다"는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의 한 마디에 유가를 둘러싼 가격 전쟁(Price War)이 점입가경이다. 누가 낮은 원가에 원유를 캐는가가 이번 전쟁의 핵심이다. 걸프국가들의 원유 생산원가는 27달러. 반면 셰일 에너지 회사들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다. 국제유가가 그 이하로 떨어지면 생산을 포기하거나 파산을 선언해야 한다. 결정적 타협이 없다면 누구 하나는 망해야 이 무서운 전쟁은 끝난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