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의무화를 1년여 앞두고 있지만 개별 사업장에서 시행을 위한 준비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관건은 60세 정년 연장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이냐로 귀결된다. 노동계는 현재의 임금 수준은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기업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라는 뜻이다.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지만, 정작 이를 위해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법령이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규정하였음에도, 벌칙을 별도로 두지 않음에 따라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현재 57세 전후의 정년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수많은 기업에 두 가지 혜택을 다 제공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사실 정년 연장이 부담이 되는 원인은 대다수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직무의 가치, 성과와는 무관하게 연령, 근속연수로 임금이 결정되다 보니 고령자에 대한 고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고령자 친화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답은 현재의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가치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임금과 생산성을 연계시키고 배분의 적정성을 확보할 때, 기업의 생존과 근로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고용안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대안인 임금피크제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단기간에 개편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자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 생애임금 수준을 높이되, 임금수준을 생산성에 근접하게 조정함으로써 노사 윈-윈을 달성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임금수준이 근속기간이나 연령이 아니라 직무가치나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고용연장 문제를 넘어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 근로의욕 고취, 고용형태별 차별 해소 등 우리 노동시장의 왜곡된 모습을 바로잡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60세 정년은 이제 현실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 문제를 부담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묵혀 뒀던 기존의 인사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동계 역시 대승적 차원의 고민과 협력이 필요하다. 60세 정년제가 연착륙될 때 비로소 기업과 근로자, 더 나아가 미래 노동시장에 진입할 젊은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오기섭 법학박사·경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