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신용카드를 일부러 소홀히 다루는 '꼼수'를 써서 고객 수를 유지하다가 금융감독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7일 신용카드사들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휴면신용카드 자동해지제도 이행실태를 카드사에 자체점검토록 한 결과 8개 신용카드사에서 적발사례가 발견돼 즉시 시정토록 했다.

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카드사에 지도공문을 발송하고 추후 검사때 이행실적을 점검키로 했다.

8개 카드사는 카드발급신청서에 휴면신용카드 자동해지제도에 대한 안내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해지대상 회원에게 '신용카드를 다시 발급받으려면 번거로운 절차와 엄격한 자격심사를 받아야 한다'라는 문구를 삽입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휴면신용카드가 많아질수록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실적이 나빠지는 것을 피하려고 이러한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휴면신용카드 중에는 매년 연회비가 고객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상당수로 추정된다"면서 "또 고객신용정보의 남용 가능성, 신용평가 악영향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장기간 사용치 않는 신용카드는 해지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현행 휴면신용카드 자동해지제도는 금융기관이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어 휴면 상태로 분류된 신용카드에 대해 1개월 내 서면 또는 전화로 신용카드 회원에게 계약해지 또는 유지 의사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의사 확인 과정에서 회원의 유지의사를 통보받지 않으면 신용카드는 사용이 정지된다. 이후 3개월간 해제신청이 없으면 카드는 자동으로 계약 해지된다.

여신협회와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9개 전업계 카드사와 11개 은행이 발급한 신용카드는 9천294만장이며 휴면카드는 952만2천장이다.

2010년 3천100만장을 넘었던 휴면신용카드는 당국의 자동해지제도 도입을 계기로 매년 줄어 올해 6월 말 처음으로 1천만장 아래로 내려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