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내세워 대립할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 존중하고
학교운영 현실반영 등 문제점
원만히 해결하는 입법되길…
기성회비란 1963년 국가예산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에 발족됐는데, 학교운영이나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학부모들로 구성된 자발적 단체인 기성회가 내던 비용이었다. 그 후 1977년 문화교육부(현 교육부)는 규정을 제정해 기성회비를 등록금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기성회비는 교육여건 개선 등에 기여했으나, 최근 정부와 국립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법원은 기성회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국가의 부당이득 반환책임에 관해서는 기각했다. 기성회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고등교육법과 규칙 및 훈령의 규정만으로는 기성회비가 등록금에 해당하거나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국가의 책임과 관련해서 법원은 '기성회비의 부과가 법률상 원인없이 이뤄진 것임에 대한 국가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아직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기성회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3개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 그리고 정의당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이 바로 그것이다.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은 기존에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국고 일반회계와 함께 교비회계로 통합함으로써 기성회비 징수 근거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기성회회계 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비회계의 성격을 어떻게 보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대학이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질 수 있다. 이 법안은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고, 교비회계의 신설을 통해 기성회회계 징수에 대한 법적 논란을 해소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 재정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재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징수권과 대학재정 자율권을 유지시키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교비회계 직원으로 고용이 승계된다. 이 법안은 재정위원회의 책임이나 권한, 구성방안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흡수시키는 것인데, 국립대학에 대한 기성회비를 2020년까지 연차적·단계적으로 전액을 국고로 지원(물가상승률 미반영)하는 법안이다. 기성회회계를 일반회계로 귀속해 대학에 재정운영의 자율권과 징수권이 없으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대학의 재정운영 자율권을 박탈하고, 대학의 현실과 정부의 재정여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국립대학법안'은 국립대학의 설립 및 회계 근거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책무까지 강화하자는 것인데, 국립대학에 대한 기성회비를 2020년까지 매년 일률적으로 2분의1씩 국고로 지원(물가상승률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의 특이한 점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 헌법에 근거하는 법적 지위 등을 규정하고, 총장의 임용(직선제), 부총장, 대학평의원회 등 조직에 대한 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흡수시키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도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과 같은 점이 지적받고 있다.
위의 세 법안은 나름대로 기성회회계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기성회회계 문제에 대해 정당들은 서로 입장을 내세워 대립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운영의 현실을 반영하며, 기성회회계 직원의 신분문제 등 문제점을 원만히 해결하는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 을미년 새해에는 모두 새롭게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 것을 두 손 모아 바란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