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문화장터, '문화로 장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로 장터는 문화누리카드의 사용처를 모르거나 활동의 제약으로 가맹점을 직접 찾아가기 힘들어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노인·장애인 등의 밀집 주거지역에서 열리는 문화장터인데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삼산1단지 주공아파트 단지 안에 문화로 장터가 열렸다. 이날 장터는 전동 휠체어를 타거나 움직임이 어려워 보이는 고령의 손님들로 북적였다.

농·수산물과 생필품 등이 팔리는 평범한 아파트 '알뜰시장'과는 달리 지역 예술인들이 만든 공예품과 예술 체험 프로그램, 공연 관람 기회를 주는 장터다.

지역의 한 도예작가는 선인장 등 '다육식물'을 심은 화분과 다기, 냉면그릇 등 친환경 생활 도자기 작품을 장터에 내놨고 한 목공예 작가는 '히노키' 원목으로 만들어진 건강 도마와 나무 컵 받침에 그림을 그려보는 '우드 버닝' 체험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장터를 찾은 손님을 위해 지역 사진작가들은 공짜 사진을 찍어주고, 인근 복지관 관계자도 나와 팝콘을 무료로 나눠줬다. 또 다문화 노래 공연도 열리는 등 장터는 활기를 띠었다.

이날 장터는 현금 대신 문화누리카드로 물건을 사야한다. 이 카드는 연 10만원 한도 내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이 공연·전시 등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를 주기위해 발급된 일종의 바우처 카드다.

장터를 둘러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화분과 냉면 그릇을 산 김재현(73)씨는 "몇해 전 중풍을 앓고 난 이후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살다보니 집에서 TV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영화를 보러 가거나 시내 서점에 가기도 힘들어 카드를 마땅히 쓸 곳이 없었는데 요긴한 데 쓸 수 있는 장터가 열려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로 장터에 판매자로 나선 작가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특별한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해했다.

인천에서 도예 공방을 운영하는 이정훈(38) 작가는 "1만~3만원 선의 적은 금액으로 소비할 수 있는 생활 식기류를 주로 가져왔다"며 "이 장터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작은 사치를 누려보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다. 예술품을 직접 고르고 사보는 재미와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희숙 인천문화재단 문화누리카드 운영 담당자는 "거동이 어려운 분들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문화누리카드를 쓰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장터의 취지"라며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다음 해의 문화소비 계획을 세워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이 기사는 경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함께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