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으로 온 지자체가 난리다. 쓸 곳은 늘어난 반면 세금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재정을 운영하는 지자체라면 불필요한 쓰임새를 줄이고, 필요불급한 일에만, 그것도 예산을 아껴서 지출하는 재정운영의 묘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지자체들은 좀 처럼 쓸 곳은 줄이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빚을 내서 사업을 한다. 자신의 임기내 치적을 쌓기 위해 미래 자산인 공공용지도 마구 내다 판다.

결식아동 등 저소득층을 지원할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도 '특정'학교 지원예산은 오히려 늘어났고, 도로를 파 보도를 놓은 지 얼마 안돼 또다시 뒤엎는 등 토목분야의 예산낭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지역축제의 예산낭비나 무늬만 국제적인 축제만 해도 수두룩하다. 수십억원씩 쏟아부은 국제행사에 고작 수만명 다녀가는데 그친다. 연간 100억원 넘는 운영비를 쓰는 문화시설이나 예술단체도 지자체장을 위한 동원행사나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머무른다.

예총 등 예술단체에 지원되는 예산, 민간단체에 위탁 혹은 지원되는 예산에 대한 성과도 초라하다. 지자체마다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도 부실하고, 문제가 많다고 해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비호세력 탓인지, 표를 의식해선지 선뜻 예산을 삭감하지 못한다.

지방의원들도 한 몫 거든다. 예산낭비 행정을 질타했던 지방의원들은 문제가 많은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 특정 축제를 운영하는 주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기구통합 혹은 축소 등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려는 시도조차 않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의 행정사무 감사를 감시하는 의정모니터단도 예산을 편성·심의하는 예산 전쟁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집행부의 정책·예산 집행에 대한 사후적인 감시가 행정사무감사라면 예산심의는 사전적인 감시로 더욱 중요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공동체를 종종 보곤한다.

내년에는 경제가 더욱 어렵다고들 한다. 부족한 살림살이지만 그나마 나눠 쓰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보여주기 위한 축제나 부실한 민간위탁 보조금 사업에는 일몰제 혹은 제로섬 방식의 예산편성 원칙을 정해 대폭 축소 혹은 폐지,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방지하길 바란다. 서민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길 기대해 본다.

/전상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