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밀 에너지 협동조합
웨스트밀 주민 2005년부터
태양광·풍력발전 시설 설치
"경작지 줄어든다" 반대불구
벌 농장 조성 등 대안 마련
연 5천여가구에 에너지 공급
2030년 수익 8% 조합원 이윤


■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
유기농 식재료·가공품 판매
1971년 20명 조합원이 설립
현재 80명 근무 '모두가 이사'
허브·커피 등 공정무역 앞장
타 조합과 물품 교류해 상생
수익금으로 지역학생 돕기도


영국의 협동조합협회가 발표한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영국 협동조합 개수는 6천323개이며, 이는 2012년 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사업금액은 370억 파운드(약 67조8천억원), 협동조합 종사원은 1천500만명이 넘는다.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영국 GDP(국민총생산) 평균 성장률 6.6%에 비해 협동조합이 거둔 GDP 성장률은 13.5%를 기록하며 큰 격차를 보였다. 슈퍼마켓부터 장의사, 여행사, 빵가게, 꽃집, 약국, 문구점 등 수많은 종류의 협동조합이 영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이중 태양광 발전 협동조합인 웨스트밀 에너지 협동조합 '위셋'(WESET·Westmill Sustainable Energy Trust)과 유기농 식재료 판매 협동조합인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Harvest Natural Foods)의 성공사례는 지속가능한 경제의 모델로서 눈여겨볼 만하다.

# 웨스트밀 에너지 협동조합

2009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위하여'라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기업은 에너지와 기후 변화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앞장서겠다는 내용이다. 지역에 기반한 공동체 소유의 사업체인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공급과 소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키고, 중앙집권적이고 독과점된 대형 에너지기업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취지다.

이런 취지와 부합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협동조합은 영국 런던 근교인 스윈던(Swindon) 웨스트밀 지역의 에너지 협동조합 위셋(WESET)이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2005년부터 협동조합을 설립해 태양광, 풍력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은 1957년 윈드스케일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면서 지역 공동체가 소유한 재생에너지로 핵발전을 대신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위셋은 이같은 취지에 공감한 지역 주민 아담 트와인(현 협동조합 회장)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넓은 경작지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립하고, 전기를 주민들이 나눠 쓰자는 시도였다. 당시 농장의 반경 25마일(40㎞)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 조합에 출자할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됐다. 먼저 2천431명의 주민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풍력발전 터빈 5개를 구매했고, 5㎿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다.

위셋은 지역 주민들이 지분의 100%를 소유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성장해 나갔다. 풍력협동조합은 해마다 4천가구, 태양열협동조합은 매년 1천4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영국의 에너지 회사 2곳에 판매하기도 하는데, 해마다 100만 파운드(17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익은 당연히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

조합 설립 첫해부터 4년간은 전체 수익의 4%를 조합원들이 나눠가졌다. 지금은 최초 자금을 투입한 사람 대부분이 투자비를 돌려받았다. 위셋은 2030년이 되면 수익의 8%를 이윤으로 얻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경작지를 발전소 부지로 사용하자는 발상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위셋이 설치한 태양광 발전의 패널은 모두 2만1천620개로 그 면적만 14만5천600㎡에 달한다. 그만큼 농작물을 심을 땅이 줄어드는게 불만이었다.

또 태양력 발전의 패널 주변에서 자라는 가축들이 전선을 씹어 먹거나 울타리를 넘다가 다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야생 꽃을 심어 벌 농장을 운영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위셋은 또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지역 학생들을 발전소에 불러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가르쳐 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위셋 조합원 크리스 씨는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환경을 생각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며 "기업을 설립해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 협동조합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유기농 식재료 판매점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다른 협동조합의 물품을 구매하기도 하며 공정무역을 통해 외국상품을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재판매하기도 한다.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는 1971년 20명의 조합원이 친환경의 많은 상품을 싸게 사기위해 설립했다. 현재 조합원은 80명으로 매장에는 6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사와 유통센터는 영국 브리스톨(Btistol)에 있고, 런던에서 서쪽으로 2시간 거리 떨어진 관광지 바스(Bath)에도 판매장이 있다.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는 조합원이 아니라도 매장에서 일할 수 있고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최소한 24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기존의 조합원은 새로운 조합원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일단 협동조합에 들어오면 모든 사람이 협동조합의 이사가 된다. 80명의 조합원이 모든 일을 같이 결정하고 지분에 상관없이 한 명당 한 개의 투표권이 있는 민주적인 구조로 운영된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500파운드의 투자금을 내야하는데 한꺼번에 낼 필요가 없어 부담이 없다. 1주일에 번 수입에서 1파운드씩을 내면 된다. 탈퇴 시에는 모든 투자금을 받아가고 출자배당금도 받아갈 수 있다.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는 외부의 경영 자문이나 투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유기농 식재료 판매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3천 파운드(346만원)에 달하고 있다.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는 '착한 소비'를 지향한다. 해외에서 허브, 커피, 차 등 원재료를 공정무역으로 사와 자사 브랜드 제품으로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또 직접 해외 현지 농장을 사서 농작물을 재배해 공정무역으로 물건을 들여오고 수익의 일부를 현지 저소득 학생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이밖에 터키, 멕시코, 볼리비아의 각종 농산물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오고 있고, 조합원들은 판매수익금으로 착한 소비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바스 지역의 하비스트 내추럴 푸드 판매점 직원 마리앙 씨는 "친환경 제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어 지역에서 인기가 많고, 다른 지역에 납품을 하기도 한다"며 "우리 조합의 성공도 우선이지만 다른 협동조합끼리 서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