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도로 상황을 감안해 일반 소방차보다는 훨씬 작은 소형펌프차가 경광등을 켜고 좁은 골목길을 달렸다. 길목마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들어차 있어, 중간 중간 소방차가 멈춰서는 순간이 반복됐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화재가 발생한 지점으로 빠르게 출동하는 소방관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인근 전통시장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 소방차 출동로 확보를 위해 노란 선을 그어놨지만 상인들이 밖으로 내놓은 물건과 배달용 오토바이·간이손수레 등으로 인해 소방차가 곡예 운전을 해야 했다.
오전 시간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면 실제 시장 영업이 이뤄지는 시간엔 소방차가 아예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날 경인일보 기자가 송림119안전센터의 '소방통로 개척 훈련'에 함께 참여해 본 결과는 '골든타임'(사고나 사건에서 인명 구조에 가장 중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같이 도로 장애물로 인해 소방차 진행이 어려워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운 지역이 인천시내에 193곳이나 된다고 인천소방본부는 밝혔다.
이중 주거지역은 106곳, 상습 불법주차 상가지역 29곳, 시장지역 26곳, 고지대 13곳 등이다.
모두 도로 폭이 4m에서 12m 이하로, 소방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구간이 50m 이상인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 같은 지역에서 불이 나면 주로 소형펌프차(폭 2m, 높이 2m65cm, 물 1천200ℓ)가 출동하고, 소방관들이 차에서 내려 직접 뛰어가야 한다.
지난 8일 오후 4시께 수도국산 인근 폐가에서 불이 났을 때에도 소방당국은 인근에 있는 큰 도로로 우회해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 관계자는 "다행히 큰 도로 인근 주택이라 빠르게 진압했지만 골목 중간에 위치한 주택이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몰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올해도 소방차 진입로에 대한 불법 주·정차 단속을 벌여 273건을 적발했지만, 단속 후 금방 차들이 모여들어 단속을 무색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방당국은 소방차 출동로 확보 관련 법률 제·개정을 통해 소방차량 출동로를 막는 차량이나 건축물을 엄격하게 단속·처벌하는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초기진화로 인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민들 스스로가 소방통로 확보를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