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면 자매, 3형제로 제각각이지만 학교에서는 모두가 6남매예요.”

여주의 한 시골 초등학교가 1학년생부터 6학년생까지 학년별로 1명씩 오누이를 맺어 동생을 챙기고 형, 언니를 따르는 독특한 '가족형 공동체'를 구성, 집단따돌림과 학교폭력 등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학교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여주 점동초등학교(교장·고재철)가 2년째 펼치고 있는 '점동 6남매'는 6학년생을 맏형·맏언니로 전교생이 각각의 6남매 집단에 소속돼 조회에서 현장학습,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단체 및 협조 체제를 갖추는 일종의 교내 자매결연체.

지난 2000년 6월 고 교장이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날로 늘어나는 탈선과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만들어보자며 시작된 '6남매' 활동은 교내 등산대회와 협동 그림그리기 대회 등 그동안 학급별, 학년별로 이뤄지던 학생활동의 틀을 6남매 중심으로 바꾸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매주 월요일 실시되는 기존의 조회 이외에 토요일마다 별도의 6남매 조회를 가짐으로써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것은 물론 화단가꾸기 등 봉사활동에 공동 참여하는 기회를 통해 친남매 못지않은 우애와 단결심을 기르고 있다.

졸업하는 맏언니의 체육복 물려주기도 학교의 새로운 전통이 됐고 입학식때 6남매의 새로운 막내를 맞이하는 행사도 작은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봄 체육대회때는 45개의 6남매조별로 경쟁을 벌이다 보니 6남매 다리묶고 달리기, 6남매 집단 장애물 달리기 등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종목과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5·6학년생들의 역할이 6남매 조별 활동의 성패를 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각종 교내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고학년생의 비중보다는 선후배간 협조와 협력체제가 훨씬 더 중요한 열쇠라는 사실이 입증돼 이제는 각 6남매간 선의의 경쟁도 '불꽃'이 튈 정도다.

동생들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6학년생들은 저학년을 보호하고 이끄는 역할에 가끔씩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과 리더로서의 위치에 내심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처음에 공부 잘하는 맏형, 맏언니와 한조가 되길 바라던 저학년생들도 이제 자기 조의 큰 형, 둘째 언니를 최고의 '백'이요, 후견인으로 여기는 눈치다.

교무부장 김미정 교사는 “학교주변의 유해 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가족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단체활동과 협동심을 키우는 일석삼사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해 구성된 6남매지만 고학년생들이 동생들의 공부까지 지도해주는 기대밖의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