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탑 쌓기 실험결과
학생들 토의하다 시간만 보내고
유치원생들 실패하면 '또 도전'
결국 똑똑한 학생들 제쳐버려
이 교훈은, 계획후 생각만 할 뿐
새로운 일 시작도 못한다는 사실


톰 우젝은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다소 엉뚱하고 재미있는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기업의 CEO, 기업 CEO와 수행비서, 변호사, MBA 학생, 건축학도와 공학도, 유치원생 등 각 4명으로 이루어진 6개 팀을 구성하고 각 팀에게 20개의 스파게티면, 테이프 1m, 실 1m, 마시멜로 1개를 나눠준 후 18분 동안 팀원이 협동하여 최대한 높은 탑을 쌓고 마시멜로를 꼭대기에 꽂도록 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높은 탑을 쌓은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예측해보면 1등은 어느 팀이 했을까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꼴찌로는 대부분 유치원생을 지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그야말로 놀라웠습니다. 꼴찌로 예상했던 유치원생들은 당당히 3위를 차지했습니다. 1등은 건축학도와 공학도로 구성된 팀, 2등은 CEO와 수행비서로 구성된 팀, 4등은 CEO들로만 구성된 팀, 5등은 변호사들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상위권에 랭크 될 것으로 예상한 똑똑한 MBA 학생들은 아예 탑을 쌓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MBA 학생들은 일단 가장 좋은 탑 쌓기 방식에 대해 토의하고, 시도하다 실패하면 다시 토의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말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치원생들은 일단 이런 저런 방식으로 좌충우돌하며 쌓다가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고, 얼떨결에 성공하면 성공한 방식에 변형을 가하여 조금씩 더 높은 탑 쌓기에 도전하더라는 것입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비단 조직생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개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계획을 수립하는 일에 적응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생각만 할 뿐 새로운 일은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사례는 실험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IMF때 강남에 아파트라도 사둘걸."

"2005년도에 집 팔아서 딱 1년만 주식투자할 걸."

"아~ 그때 금을 왕창 사둘걸."

그들은 늘 '~걸 ~걸' 댑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과거를 회상하며 행동하지 않죠. 그러면서 여전히 열심히 토론합니다. 이미 지난 것,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요.

인생은 선물입니다.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선물이죠. 이 아름다운 선물인 인생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간은 지나가면 바꿀 수 없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인생은 어제의 페이지로 돌아갈 수 없는 일기장과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아무것도 적지 않은 일기장이 어제로 넘겨진 순간 다시는 그곳에 아무 것도 적을 수 없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선물인 인생을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죠.

사람들은 종종 후회합니다. 그런데 그 후회의 대부분은 무엇을 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데서 오는 후회입니다. 지금 그것을 하고 싶지만 이미 어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다시는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올 한 해가 지나갑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올 새해에도 많은 계획들을 수립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공부계획, 취업계획, 승진계획, 금연계획, 다이어트계획 등.

그러나 계획만 세우다가 아예 쌓지도 못하고 꼴찌 한 MBA학생 같은 경험은 없는지 한번쯤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MBA 학생들을 이긴 유치원생들의 놀라운 비법을 오늘 한번 시도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올해 안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오늘 일단 한번 저질러 보세요. 그러면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