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열정만으론 성공못해 '전문적 학습' 필요
아이디어발굴 등 현실접목 실전교육 제공돼야
기업가정신 구비한 청년배출 가능성 더욱 커져


최근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학 내 창업 동아리도 활성화되고,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벤처붐 시절 이후 가장 큰 열풍으로 생각된다. 물론 여전히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다는 염려가 있지만, 곳곳에서 청년들의 높은 창업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창업 열기가 높아질수록 지난 1990년대 후반의 벤처붐 시절이 남긴 교훈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벤처붐 당시 많은 청년들이 벤처창업 열풍에 내몰렸었다. 그들은 테헤란로의 작은 벤처들이 야전침대에서 자면서 성공하던 벤처신화에 열광했다. 그 신화를 좇아 많은 청년들이 창업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벤처붐이 꺼진 이후 드러났다. 당시 청년 기업가들은 혹독하게 변한 벤처 환경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했었다. 벤처창업으로 단번에 큰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의지만 있었지 무엇이 진정으로 창업자가 갖춰야 할 덕목인지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코스닥시장에 들어갈 수준의 창업자들조차 기업사냥꾼의 유혹과 속임수에 바로 넘어가버렸다. 벤처와 코스닥이 통째로 국민과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정규 군사교육을 받지 못한 채 전쟁터로 나간 병사를 학도병이라고 한다. 그들은 전투의 기초기술인 총검술과 사격 등을 훈련받지 못하고 전쟁터에 투입되어, 오직 열정만 가진 미숙한 군인들이다. 더 이상 창업 학도병을 전쟁터에서 전사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창업은 열정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관한 지식, 정서, 덕목 등에 대해서 전문적인 학습이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성공 가능성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업체를 꾸려가다 보면 다양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적절한 대응을 모르게 된다. 특히 기업가로서 기대되는 윤리의식을 망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국의 스탠포드 및 MIT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문을 나서기 전에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익히고 나가게 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단순히 기업가로서의 덕목과 생각방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스킬과 상황대처능력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벤처붐 시절 기업가들의 미숙한 대처와 기업사냥꾼들의 교활한 유혹에 의해 벤처정신은 질책의 대상이 되었고, 코스닥시장은 투기장으로 오해를 받게 되었다. 그 이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벤처 정신은 다행히 명예를 회복한 셈이지만, 코스닥시장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기업사냥꾼들의 유혹에 넘어간 코스닥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은 바로 철저한 기업가정신이 없었다는 입증이다. 여전히 투자자의 손실을 고려하지 않는 코스닥기업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은 성장 추세로 들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가정신 함양의 필요성이 반영되어 지난 수년간 대학에서 창업 교육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그런데 그 창업교육들은 대체로 교양 교육에 그쳤다. 이처럼 교양 교육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창업에 대한 전공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양 과정은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창업 교육의 대전환이 요청되는 것이다. 단순히 성공한 기업가들의 강연만으로 기업가정신이 완성되지 않는다. 창업 아이디어 발굴, 기술사업화, 특허사업화, 창업인턴십 등 현실과 접목된 실전형 전문교육이 제공되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하나의 전공으로서 창업교육이 진행되면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구비한 청년들을 배출할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대학원 과정을 통해 창업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앞으로 창업전문 교육을 담당해줄 전문 인력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학 교육의 대전환이 될 가능성도 많다. 기존 경영학 교육이 대기업 임원에게 적합한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이 창업 교육과 접목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 교육이 전공 과정으로 들어서는 것의 가치는 이만큼 높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