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식 시켜 작은 일도
함께 하고 나눠야 한다
김장풍경도 점차 변해 가고
김치 중요성도 잊혀져 가지만
'情문화'만큼은 소중히 지켜야
김장철이다. 김장과 김치는 우리에게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이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김치라고 한다. "김치 못 먹으면 한국사람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이고 한국은 명실공히 '김치 종주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장이 가진 문화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갔고 김치는 겨울철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김치를 담그는 김장 행사는 겨울나기 먹거리 비축이기도 하지만 온 동네 부인들이 모여서 겨울 식재료를 준비하는 정겨운 마을행사이기도 하였다.
김치가 가진 건강 기능성이 최근 다시 뜨고 있다. 어쩌면 김장 문화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 김치의 건강 기능성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2012년 김치를 '한국의 저렴한 건강보험'이라고 소개하며 항노화 제품으로 팔아도 될 정도라고 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도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김치가 호흡기질환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2006년 올리브유, 요거트 등과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했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배추로 담근 김치 레시피를 자신의 SNS에 소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감기에 걸리면 김치를 먹는다는 할리우드 배우도 등장했다.
김치의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 미국, 대만 등에 약 9천만달러의 김치를 수출했다. 중국 시장이 열린다면 우리 김치의 수출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다만 현재는 중국식품 위생관련 규정으로 인해 김치의 중국 수출에 애로가 있다. 중국이 발효식품인 김치에 대해 '100g당 30마리 미만의 대장균'이라는 까다로운 위생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수출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조만간 이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나 우리가 잘 대응을 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올해 김장을 직접 하겠다'는 답변이 지난해(56%)보다 증가한 60%로 나타났다. 김장을 하는 가정이 2001년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올해 처음 반등했다. 김장을 직접 담그는 가정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김장의 주원료인 배추가격이 하락되어 안타깝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산정한 '김치지수'도 85.9로 나타난다. 김치지수란 4인 가족이 김치를 담그기 위해 재료를 전통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에서 구입하는 비용을 지수화한 것이다. 최근 5년간의 평년가격을 100으로 설정하였을 때 올해 김장비용이 85% 수준이라는 것이다. 배추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는 풍년이 들어도 마냥 웃을 수가 없다. 농가의 근심을 덜기 위해 민관이 앞다투어 김장 더 담그기, 김장 나눔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소비 촉진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김장 나눔행사는 협업행사로 발전되어야 한다.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 행사로 이어지고 농가와 기업이 협업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김치를 소재로 한 협업은 김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함께 담그고 나누는' 김장 문화의 협업정신을 재인식하여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하고 나누자. 김장풍경도 변해가고 김치의 중요성도 점차 잊혀 간다. 우리의 '정'인 김장의 협업정신을 이어받아 이웃과 함께 함으로써 배추 농가에 보탬이 되고, 이웃간의 인정도 되살리자. 김장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우리 협업문화이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