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5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9시 등교를 비롯한 교육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경기교육청 제공
'교장·교감 수업 참여' 문제를 놓고 경기도 교육감과 보수성향 교원단체가 연일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장병문)는 19일 '이재정 교육감의 교장·교감 수업 발언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9시 등교처럼 무늬는 자율이나 실제는 강요하고 있다"며 "학교현장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장·교감 수업 제도화에 대해 지난 17일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회를 촉구했는데도 이 교육감이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실행방침을 구체화하자 재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 교육감은 최근 제도화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초등은 일반적인 교과를, 중등은 전공과목 분야를 수업하거나 인성교육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특별한 강의를 한 주에 3시간이나 6시간 정도 하면 교사들을 격려하는 상징성과 학생들과의 교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장·교감도 수업해야 한다'는 원칙 설정수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교급별 수업방식과 수업시수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셈이다.

이 교육감이 '수업하는 교장'을 주창했다면 교총은 '연구하는 교장'으로 반격에 나섰다.

학교 최고책임자로서 학생교육과 경영을 책임진 만큼, 개별 수업보다는 전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을 위해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원할지 등 학교 전체의 발전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교총은 "교장·교감과 학생 간 교감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일부 학급과 학생들만을 상대로 한, 주 3∼6시간 교과수업보다는 전체 학생을 위한 훈화와 인성교육 특강 등을 통해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장·교감은 하루 수십건의 결재와 더불어 학부모 민원 해결, 지역사회와 협력, 급식, 안전사고, 학교폭력, 시설·환경, 예산 등을 챙기는 상황에서 교과수업까지 한다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기존의 교장 수업 사례나 유럽식 교장 시스템에 대해서도 "교장이 수업하고 있는 학교는 교육청의 행·재정 지원을 받는 혁신학교라서 일반학교와 비교대상이 안 된다"며 "교육환경, 직무 난이도 등 외국과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인 비교"라는 주장을 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측은 원칙적인 측면에서 환영하면서도 수업의 질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창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교장, 교감이 수업에 참여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수업에 손 놓은 지 오래된 학교장들이 교과수업을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인성 등 비교과 영역에서 오랜 경륜과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교육감은 16일 "교장, 교감을 포함해 모든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게 옳다"며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학교 관리자의 수업 참여 제도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