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1학기를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현 정부 들어 교육부가 내부적으로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해왔지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가을학기제에 대한 연구단을 꾸려 초안을 만든 뒤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공론화를 거쳐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과거 정부도 수차례 국제적 흐름에 맞춘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반대 여론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문민정부는 1997년 교육국제화의 방안으로 제4차 교육개혁안에서 9월 학기제 전환을 제안했으며, 참여정부는 2007년 학제개편안에 9월 학기제 도입을 중장기적 검토 과제에 포함한 적이 있다.

◇ "학제 국제통용성 제고해야" = 정부가 가을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학제의 국제통용성이다.

교원, 학생 등 인적자원의 국내외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주요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가을학기제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봄에 1학기를 시작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가을학기제를 도입하면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과 국내로 유학 오는 외국인들이 학기가 맞지 않아 공백기를 가져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내 학령기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우수한 교수, 연구자, 학생을 영입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부는 가을학기제가 학사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 여름방학에는 교원인사, 신학기 준비,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및 해외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추운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겨울에는 교실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을에 2학기기 시작되면서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가을학기제가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18일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사전 브리핑에서 "가을학기제를 하면 여름방학이 길어지고 인턴, 현장학습 많아져 조기 취업이 가능해진다"며 "외국 유학생의 유입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비용·혼란 막대…신중히 접근해야" = 가을학기제가 초래할 혼란을 이유로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봄학기제는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되고 나서 60년 넘게 시행돼온 만큼 가을학기제 전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가을학기제를 시행하려면 교육계뿐 아니라 경제, 문화 등 다른 분야의 시스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학생들의 취업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기업의 채용시기, 공무원 시험 등도 졸업시기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도입 초기 가을에 입학하는 학생에 따른 교실 등의 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을학기제 도입으로 입시를 앞둔 특정학년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학기제 변경을 유학생 유치와 경기활성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가을학기제로 전환될 경우 ▲ 취학·교육과정 조정에 따른 학교, 학생, 학부모 혼란 ▲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원 증원·교육시설 증축 등의 막대한 비용 ▲ 특정연도의 졸업자 증가에 따른 기업 신입사원 채용 및 대입 경쟁률 상승 등을 예상했다.

이 단체는 "학기제 변경은 교육계는 물론 국가·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가을학기제뿐 아니라 9시등교제, 자유학기제 등의 정책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대토론' 개최를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