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치료노력 안해 병키워
내성 안생기는 약 안심 복용


누구나 나이 들면 의기소침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몸과 마음이 느려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 후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경우를 경험하고 난 후에 확실하게 알게 됐다.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사는 거지요. 그동안 근근이 마지못해 살아왔던 제 자신이 후회스럽습니다." 밝은 미소로 환자가 인사하고, 가족도 집안이 밝아졌다고 좋아한다는 환자를 보고난 후에 말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알려진 우울증은 전체 인구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걸릴 정도로 매우 흔하다. 일단 우울증에 걸리면 만사가 귀찮고 매사에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그리고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67%가 자살을 생각하고 15%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중요한 장애 및 사망을 일으키는 모든 원인질환'에서 우울증이 4위를 차지했다.

노인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3천56명의 지역사회 노인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정상인보다 두 배 정도 사망률이 높았다. 우울한 노인은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져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병에 대한 적극적 치료와 회복을 위한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하지만 우울한 노인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병이 악화된다. 결국 우울증 때문에 사망시기가 앞당겨진다.

또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을 두 배 정도 높인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신체활동, 독서처럼 뇌를 자극시키는 정신활동, 사람들을 만나는 사회활동을 많이 해야 된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려 하루 종일 앉아 있는다면 치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째 우울증 약이 중독된다고 믿는다. 잘못된 믿음 때문에 우울증이 있어도 쉽게 약을 먹으려 하지 않고, 약을 먹더라도 치료가 덜 됐는데도 끊으려고 한다.

우울증 약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및 처방을 받는다면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약을 복용하고 난 뒤 "우울증 약 한 알로 활기찬 인생을 보낼 수 있는데, 그동안 왜 고생했을까"라고 얘기하는 환자가 많다.

둘째는 우울증이 1∼2주 만에 쉽게 낫는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우울증이야 약물치료 없이도 쉽게 낫겠지만, 심각한 우울증은 수개월간 치료를 받는다.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우울증이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국제 노인정신의학회에서는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적어도 1년 동안은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권고한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억지로라도 집 밖에서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야 병이 빨리 낫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발목을 삐끗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통증과 부기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다.

우울증도 심해지면 마찬가지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 수치심이나 자괴감만 더 커져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우울증이 어느 정도 극복된 후에야 운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이 1위다. 그 중에서도 노인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노인 10명 중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 1천명 중 1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이는 그리스 노인자살률의 17배에 해당하는 부끄러운 수치다.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이 계시면 가까운 정신과 병의원에서 상담을 받도록 권하자.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