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등교… 심리상태 혼란
같이 모아놓은 수업방식도 문제
정부대책 미흡 지속 치료 어려움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생존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경인일보 12월 22일자 22면 보도)하자 다른 생존학생들의 치료 및 건강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등교 등 일상복귀가 지나치게 빨랐고, 생존 학생들끼리만 모아 놓는 수업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안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단원고 2학년 생존학생 73명은 세월호 사고 두 달 뒤인 지난 6월 25일부터 등교했다. 안산교육지원청은 학교에 '마음건강센터'를 마련, 스쿨닥터 등 전문가 9명을 상주시켜 학생들의 심리치유와 인성평가 등 치료를 도왔다. 이와 함께 생존 학생들만 별도의 교실에서 수업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등교와 학업 복귀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빠른 등교로 심리치료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치료했던 목포한국병원 정진대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세월호 참사처럼 대형사고에서 살아남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1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받은 충격이 클수록 순간 멀쩡해 보이다가도 다시 심리적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통의 정신적 상처를 가진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상기할 수 있는 학교에 장시간 머무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상처를 받은 학생끼리만 모아 놓는 수업방식 역시 학생들을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윤호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생존학생 중 절반이 넘는 38명이 지금껏 우울증과 불면증 등을 호소할 정도로 심리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집단치료보다도 개개인의 개별성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세월호 생존자들에 대한 신체·정신적 치료비를 올 연말까지만 지원하기로 한 뒤 이후 지원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단원고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학교와 유관기관 간 연계를 확충해 두 번 다시 극단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규·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