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온순하고 주인말을
잘 들으며 고기·털·가죽까지
인간에게 모두 바친다
희생의 상징인 양의 해를 맞아
상대방 아래에서 '이해'를 배우고
'희생'을 실천하는 민족됐으면…


좋아하는 영어 단어중에 'understand'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는 '이해(理解)하다'라고 번역이 되는 이 말은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한다'라는 뜻이지만 영어로는 'under'라는 단어와 'stand'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영어의 뜻대로라면 '다른 사람의 아래에서 선다'라는 뜻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래에 서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아래에 서는 희생도 때로는 필요하다.

일전에 어느 모임에서 재미있는 심리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질문은 이러했다. '당신이 한달 동안 사막을 건너야 하는데 사자, 말, 원숭이, 양 중에서 한가지 동물만 데리고 가야 한다면 어떤 동물을 택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문제였다. 각자 본인이 데리고 갈 동물을 적고 일어나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하바드 대학 정신과에서 심리 테스트를 하는데 사용된 문제라고 소개되었던 이 문제를 나도 한번 풀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양을 택하였는데 그 이유를 나는 '양은 젖도 먹을 수 있고 나를 잘 따르고 저녁에는 따뜻하게 해줄 수 있으며 배고프면 잡아먹을수 있기 때문' 이라고 적었다. 사자는 심리학적으로 명예를 상징하고 말은 목적 지향적이며 원숭이는 자녀를 상징하고 양은 희생과 순종적인 성격을 나타낸다는 강사의 설명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양을 선택했던 것이 기억난다.

올해가 양의 해이다. 세상의 동물중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두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비둘기와 양이 아닌가 싶다. 양은 온순하고 주인말을 잘 들으며 고기, 털, 가죽까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성경에서도 양은 고대로부터 자신의 죄를 사해주는 '희생양'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그 온순함과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주인을 따르는 습성으로 인해 '목자와 양'의 비유로 언급되고 있다.

사람은 동물과 다른점이 무엇일까? 동물이나 사람이나 배고프면 음식을 먹고 먹으면 배설하고 생식하고 자기 자식은 귀여워할 줄 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면 상대방을 싫어하고 나를 미워하면 같이 미워하는 것이 동물이나 인간이나 같이 지니는 본능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동물이 가지지 못한 고상한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 있다. 남을 위한 배려, 부부간의 약속, 자식에 대한 희망,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믿음,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값는 것, 힘들 때 참는 인내심, 개인이나 공동체를 위한 고귀한 희생 등이 그것이다. 이런 품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동물과 다르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해부학적으로 사람에게는 전두엽앞에 있는 또 하나의 구조물 즉 '전전두엽', 영어로는 'prefrontal lobe'라고 부르는 곳이 바로 이런 기능을 한다고 한다. 이 구조물은 물고기나 하등동물에는 거의 발달이 안되어 있는데 화를 잘내거나 반사회적인 인물들을 해부해 보면 이러한 전전두엽이 현저하게 축소되어 있다고 하며 희생심이 많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전전두엽이 크게 발달되어 있다고도 한다.

희생의 상징인 양의 해를 맞아 '다른 사람 아래에 서서'(understand) '이해'를 배우고 '희생'을 실천 하는 우리 민족을 꿈꾸어 본다. 나의 희생이 없이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