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도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로 선발된 대전 송촌고 오상욱(19)이 6일 서울 태릉선수촌 펜싱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차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오르리라는 기대를 받는 오상욱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피스트를 불사르고 싶습니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을 제 무대로 만들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일찍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고등학생 검객 오상욱(19·대전 송촌고)이 세계무대를 향해 검 끝을 겨눴다.

오상욱은 구랍 29일 마무리된 2015 펜싱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러 선배를 제치고 남자 사브르 3위를 차지, 8위에게까지 주어지는 태극마크를 당당히 거머쥐었다.

현 대표팀 최연소이자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등학생 대표선수라는 영광은 덤이었다.

그에 앞서 25일, 오상욱은 '대형 사고'를 치며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제54회 대통령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16강에서 국제펜싱연맹(FIE) 남자 사브르 랭킹 1위에 빛나는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12로 격파한 것.

대회 4강에서 김계환(서울메트로)에게 패하며 질주를 멈추기는 했으나 8강에서 원준호(서울메트로)를 제압하는 등 전·현역 국가대표 선배들과 맞붙어 팽팽한 접전을 연이어 펼쳤다.

오상욱은 6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본길 선배와 붙을 때 주변에서는 '여기까지도 잘 온 것'이라고만 말했는데 저는 '이기겠다'는 각오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고등학생이니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면서도 "김계환 선배한테 질 때는 '어차피 동메달은 땄다'는 생각에 나태해졌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오상욱은 대전 매봉중 1학년이던 2009년 친형 오상민(21·대전대 펜싱부)을 따라 펜싱을 시작한 직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효근 대표팀 남자 사브르 코치는 "상욱이가 중학교 3학년이던 때부터 지켜봤는데 '크게 될 놈'이라는 감이 왔다"며 "최근 키가 급격히 자라면서 유연성은 다소 부족해졌으나 무척 뛰어난 체격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동의대 펜싱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구본길, 오은석, 이라진, 윤지수 등 남녀 현역 국가대표들을 대거 키워낸 이 코치는 오상욱에 대해 "아직은 '진흙속의 진주'지만 다듬어지면 현재 구본길 이상 가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코치의 말처럼 오상욱의 최대 강점은 키 192㎝, 체중 84㎏의 이상적인 체격이다.

서양 선수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압도적인 도달 거리를 활용한 공격이 강점으로 꼽힌다.

오상욱은 태릉선수촌 입촌이라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을 이뤄냈지만 많은 기대를 받은 만큼 처음엔 걱정이 컸다고 한다.

그는 "선발전을 치르기 전에는 부담이 컸고, 대표로 뽑히고서는 기숙사 생활이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다"면서도 "롤모델로 삼았거나 지켜만 보던 선수들과 같이 연습하는 것 아닌가. 많이 배워야겠다는 각오가 든다"고 힘줘 말했다.

오상욱의 당면 목표는 세계 랭킹 확보다. 당장 내년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있지만 아직 세계대회 경험이 전무한 오상욱은 랭킹이 아예 없는 탓에 리우 출전권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

오상욱은 "지금은 다른 선배들의 랭킹이 너무 높아서 범접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우선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고, 궁극적으로 2020년 도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고 싶다"는 열망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오상욱의 프로필에선 2014 전국 남녀 중·고 펜싱선수권대회 개인전 및 단체전 1위 등 학생 대회 성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오는 27일, 펜싱 월드컵 출전을 위해 이탈리아 출국을 앞둔 오상욱은 자신의 국제무대 데뷔전부터 프로필을 새롭게 채워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세 오상욱의 도전은 이제 곧 시작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