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았다. 94년 12월 서울~베이징·선양·칭다오·톈진 등 4개의 한·중 간 정기노선 취항을 시작한 이후 많은 관광객과 사업가들이 하늘길로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 한·중 수교 이후 줄곧 중국에서 근무한 대한항공 영업본부 중국팀 강의규(50)부장에게는 한·중 수교 10주년의 감회가 남다르다. 1989년 8월 국적기 최초로 서울~상하이 간 부정기 운항을 개시한 후 두 나라 간 국교가 수립됐고, 돌이켜 보면 198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대한항공과 중국은 각별한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강 부장에게 한·중 수교에 대한 감회와 중국 항공시장 전망 등을 들었다. <편집자 주>

“지난 83년 5월5일 중국민항 소속 항공기가 납치돼 춘천 미군기지에 불시착한 사건에서 중국과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 때 대한항공은 이념을 초월해 불시착한 중국 항공기에 대한 기술적 협조와 사건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어요. 이를 중국측에서 고맙게 여겨 당시 미수교국이었던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물꼬를 텄지요.”

조 차장은 “중국민항 항공기가 피랍되면서 시작된 민간외교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지속됐다”며 “두 나라의 대표 선수단을 수송하는 등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우호 관계가 증진되고 결국엔 양국 수교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2년 후인 1994년 12월. 대한항공은 서울~베이징·선양·칭다오·톈진 등 4개의 한·중간 정기노선에 취항했다. 이어 1996년 부산~상하이, 1997년 서울~산야, 제주~베이징, 2001년 부산~칭다오, 인천~옌지, 대구~베이징, 인천~쿤밍·우한 노선을 추가했다. 올해는 인천~지난, 대구~옌타이, 인천~샤먼, 청주~선양 등 12개 포인트 17개 노선을 운항하기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은 한·중 노선에서 지난 2000년에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67만명, 2001년에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81만명의 여객을 수송한 데 이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 이상의 수송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시장 진출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조 차장의 얘기다. 그는 “모두가 공감하듯 중국은 지리적·역사적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급속한 성장을 이루면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는 나라”라며 “대한항공은 초기 양국 교류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진 값진 경험과 결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룩한 중국 내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월 중국시장의 체계적인 발전 방향 제시를 위한 중국사업추진단을 발족했고, 이 사업단을 통해 향후 중국 노선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중국지역 본부를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신설한다고 발표한 것도 중국시장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했음을 의미한다는 게 조 차장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중국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했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이 글로벌 웹사이트 구축의 일환으로 미주, 유럽, 호주, 일본, 홍콩 지역에 이어 여섯 번째로 개설한 중국 간자체 인터넷 사이트다. 이 사이트의 운영으로 중국을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항공편은 물론 여행지의 호텔, 렌터카 등의 예약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조 차장은 “중국어 인터넷 사이트의 개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시장의 선점에 주도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며 “취항 초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크고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해서 중국이 결코 쉬운 시장은 아니다. 중국은 최근 자국 항공사 보호 정책의 강화, 3대 메가 캐리어로의 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태다.

조 차장은 “대한항공에는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풍부한 만큼 중국 시장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계속 도전한다”며 “한·중 수교를 전후해 양국 문화 교류의 선도적 구실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다시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전력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