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프랑스 파리 도심 소재 시사 만평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에 무장 괴한 3명이 난입해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편집장 겸 작가인 스테판 샤르보니에와 유명 풍자화가 장 카뷔를 포함한 언론인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사망했다. 테러는 마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군사집단의 '작전' 같았다. 이들은 총을 쏘며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프랑스 정치학자 도미니크 모이시는 그의 저서 '감정의 지정학'에서 대륙에 따라 공유되는 감정의 색깔을 3개로 나눠 지정학적으로 분석했다. '두려움에 젖어있는 서양, 굴욕감에 시달리는 이슬람, 희망에 부푼 아시아'.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군사적으로 유럽보다 한수 위에 있었던 이슬람은 근대로 접어들면서 세계사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려 굴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을 조롱하는 풍자 만화를 자주 실어 무슬림들의 분노를 일으켜 온 주간지다. 이번 테러로 사망한 샤르보니에 편집장은 생전에 "이슬람이 가톨릭처럼 평범해질 때까지 계속 풍자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슬람을 모욕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었다. 2011년에는 이슬람교의 예언자인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만평을 싣다가 무슬림들로부터 편집국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이 주간지의 풍자는 '똘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 내에서도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를 내용과 상관없이 신성 모독으로 간주하는 이슬람 입장에서는 벌거벗긴 무함마드를 그리며 조롱하는 샤를리 엡도를 그대로 놔두는 게 굴욕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굴욕감'에 시달리는 이슬람 때문에 서방세계는 지금 극심한 '두려움'에 젖어 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