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에 전시된 일제 만행에 대한 사진들 중에는 인근 제암리 3·1운동 기념관과 똑같은 장면이면서도 설명은 당시 일본인들이 작성한 문구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확인돼 독립운동의 참뜻을 밝혀주기 위한 보완작업이 시급하다.
30일 안성시에 따르면 시는 안성지역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과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한 성역화사업으로 지난해 11월17일 안성시 원곡면 칠곡리 산186의3 만세고개 일대에 부지면적 3만91㎡, 건축연면적 1천96.25㎡, 지상 2층 규모의 '안성 3·1운동 기념관'을 개관했다.
원곡면과 양성면 지역은 당시 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전 주민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지역으로 3·1운동의 대표적 항쟁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시는 기념관의 전시패널을 전문 학예연구사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검증도 없이 제작, 전시했으며 역사학자들과 보훈지청의 표기잘못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전시관에 전시중인 그림의 설명중에는 일제 침략군을 '수비대'로 미화하고 있고 '우편소 습격사건'과 '일인상점 습격사건'이란 제목으로 제작된 모형물들은 '시위군중들이 잡화와 약을 파는 일본인의 상점과 대금업자의 집으로 몰려가 책과 물건, 이불을 불태우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고 적혀있어 마치 만세운동에 참여한 민중들이 아무런 죄가 없는 일본인 집을 약탈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군에 자상당한 한국인'이란 설명의 사진은 제암리 3·1운동 기념관에 '일본경찰에 의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어떤 만세 시위자'란 표기와는 달리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지적됐다.
경희대학교 한국사 전공 허동현 교수는 이같은 문구들은 독립운동의 참뜻을 왜곡하는 만큼 '습격과 사건'이란 단어를 '응징'이나 '저항' 등으로 '일본군 수비대'는 '침략군'으로 한국인은 '애국지사'나 '독립운동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성시 관계자는 “기념관 건립 추진당시 용역을 통해 전시패널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검증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난 일”이라며 “학계와 보훈지청에서 정정해줄 것을 요청한 만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수정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