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이 전소된 건 또 1933년 히틀러가 총리로 취임한 그 해 베를린 국회의사당이었지만 그건 히틀러의 비극적 말로를 경고한 징후였는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가 불타 없어지는 화재도 있었다. 폭군 네로가 불을 질러 그 회신(灰燼) 광경을 감상, 즐겼다는 고대 로마도 그랬지만, 인구 30만의 미국 도시 시카고를 몽땅 삼켜버린 대화재는 1871년 10월 8일 저녁 9시에 발화, 다음날 오전까지 꺼지지 않았다. 8만여 채가 불탄 그 세기적인 화재로 300여명이 산화(散華), 하늘로 갔고 이재민이 10만여 명이었다. 그리스신화의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 화덕(火德)의 왕 화제(火帝), 화염 속에 존재한다는 화천(火天)이 팔짱만 낀 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고층 아파트와 빌딩엔 건축 마감재의 방염(防炎) 처리와 대피시설이 필수다. 일본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나가다초(永田町)의 38층 주상복합 프루덴셜 타워는 '신중한(Prudential) 탑'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과시한다. 25층 전체를 완벽하게 폐쇄된 '공중 대피소'로 만들었고 화재 때 벽 일부를 비상탈출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건축기술도 세계 최고라지만 자신 없는 건축업자, 그리고 소방 관계자의 필수 견학 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