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에 대뜸 떠오른 건 163명이나 사망한 1971년 성탄절의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와 그 3년 뒤 스티브 매퀸이 소방서장 역으로 주연한 영화 '타워링(Towering)'이었다. 그런데 보기에 아슬아슬하기로는 고층빌딩 화재가 더할지 모르지만 무섭긴 여타 화재도 다를 바 없다. 2013년 6월 중국 지린(吉林)성 더후이(德惠)시에선 닭고기 가공 공장 화재로 119명이 숨졌다. 단층 공장인데도 출입문이 하나밖에 없어 탈출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더 큰 인명 피해도 있다. 2013년 1월 브라질 남부 도시 산타마리아의 한 나이트클럽 화재 때는 245명이나 사망했고 2010년 6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인구밀집지역인 나지라바자르(Najirabazar) 주상복합단지에선 변압기 폭발로 발화, 아파트 6채와 15개 점포가 전소됐다. 아파트 세 채에 옮겨 붙은 이번 의정부 화재의 모형이 아니고 뭔가.

국회의사당이 전소된 건 또 1933년 히틀러가 총리로 취임한 그 해 베를린 국회의사당이었지만 그건 히틀러의 비극적 말로를 경고한 징후였는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가 불타 없어지는 화재도 있었다. 폭군 네로가 불을 질러 그 회신(灰燼) 광경을 감상, 즐겼다는 고대 로마도 그랬지만, 인구 30만의 미국 도시 시카고를 몽땅 삼켜버린 대화재는 1871년 10월 8일 저녁 9시에 발화, 다음날 오전까지 꺼지지 않았다. 8만여 채가 불탄 그 세기적인 화재로 300여명이 산화(散華), 하늘로 갔고 이재민이 10만여 명이었다. 그리스신화의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 화덕(火德)의 왕 화제(火帝), 화염 속에 존재한다는 화천(火天)이 팔짱만 낀 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고층 아파트와 빌딩엔 건축 마감재의 방염(防炎) 처리와 대피시설이 필수다. 일본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나가다초(永田町)의 38층 주상복합 프루덴셜 타워는 '신중한(Prudential) 탑'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과시한다. 25층 전체를 완벽하게 폐쇄된 '공중 대피소'로 만들었고 화재 때 벽 일부를 비상탈출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건축기술도 세계 최고라지만 자신 없는 건축업자, 그리고 소방 관계자의 필수 견학 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