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아트센터와 주민들이 계획하고 있는 '문화체험마을'은 스테이와 경비행장등 인근 관광지를 네트워크화해 마을을 살리고 농가 수익도 올려보자는 것이다. (사진은 벽화체험 모습)
아이들이 떠나고 적막하던 폐교가 한 마을의 문화를 바꾸고 활기를 되찾아주는 성공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뿌린 밀양연극촌을 비롯해 강원·충청도 등지의 폐교들이 연극마을과 시인학교, 국악교실로 탈바꿈하고 있고 도내에도 도예촌과 얼음조각미술관 등으로 활용되면서 농촌을 활기찬 문화지대로 바꿔놓고 있다.

그중 화성시 수화동에 있는 창문아트센터(구 창문초교)가 보기드물게 미술-농촌체험-레저(경비행장)를 연계한 문화체험마을을 시도하고 나서 화제다.

지난해부터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농산물 판로와 마을 활성화를 꾀하던 마을 주민들은 창문아트센터(원장·박석윤 협성대 겸임교수)와 함께 “우리 마을을 농사와 문화예술, 레저를 종합체험할 수 있는 멋진 문화공간으로 가꿔 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원서 대부도 가는 306번 지방도에서 신외리로 꺾어 들어가면 장전리와 수화리를 거쳐 시화호 경비행장에 이른다. 2차선 8㎞ 도로를 끼고 펼쳐진 주변 7개 마을은 지금까지 40여년간 그린벨트로 꽁꽁 묶여있는 덕분(?)에 그림처럼 한적하고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도로 끝에는 시화호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대기중인 경비행기들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낸다.

창문아트센터를 구심점으로 이뤄지고 있는 '문화체험마을'은 농촌과 예술촌, 경비행기장 등 3개 주체가 모여 각자 영역을 맡고 팜 스테이와 인근 논밭을 이용한 전통농사 체험장을 조성해 마을을 살리고 농가 수익도 올려보자는 것이다.

수화리에서 수백년 동안 대대로 살아왔다는 박석준(50) 마을진흥회장은 “마을 전체가 그린벨트여서 인구는 점점 줄고 발전할 요인이 전혀 없다”면서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도시 사람들에게 포도나무를 분양하고 고추, 호박의 직송판매를 트는 이사이버팜(www.eCyberFarm.com)을 시작했는데 성과가 나타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된 게 환경·문화 체험마을”이라고 소개했다.

더욱이 창문초교는 폐교는 됐지만 마을 주민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곳이다. 전교생 49명의 창문초교가 주민들의 아쉬움 속에 폐교된 것은 지난 2000년 9월. 우연인지 필연인지 곧바로 인근 협성대 미술대학 교수 등 9명의 작가가 이 곳을 임대받아 작업실 겸 아트센터로 꾸몄다. 처음에는 학교를 빼앗긴 것 같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학교는 60여년 전 박창문이라는 이 마을 만석지기 대지주가 기증한 땅에 세워졌을 뿐 아니라, 운동장이 비좁던 것을 주민들이 논을 기증해 넓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으로 모두 동창생들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투철하고 동문회와 동네잔치, 친목행사 등 마을 대소사를 창문초교에서 치렀고, 지금도 여전히 창문아트센터 운동장에서 갖고 있다. 주민들의 속마음을 읽은 작가들은 주민들이 원하는 무료 컴퓨터 강습도 하고, 방학이 되면 마을어린이를 위해 무료 미술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한 번 학교는 영원한 학교'다.

폐교의 상처를 작가들이 어루만져 준 것이다. 두 자녀가 폐교 전 이 학교에 다녔다는 신외동 박주순(41)씨는 “학교가 작았어도 공부, 인성교육, 예의범절 교육이 화성시내에서 최고였다”며 “마을사람들이 폐교를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좋은 선생님들이 오셔서 배움터로 이어주시고 마을일을 같이 걱정해주시니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학교도 가깝고 센터 일도 많아 일산의 집을 처분하고 아예 가족들과 함께 수화동에 둥지를 틀었다. 일대 1천여명 주민이 보통 300년 이상 살아온 마을에 박 원장은 새로운 주민으로 들어온 셈이다.

요즘 농부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아트센터로 모인다. 박 원장과 함께 3자가 각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종합하고 다듬는 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얼마 전 독일 작가들이 방문해 내년에 국제교류전을 여기서 갖자고 제의했을 정도로 외국인들도 우리 마을을 좋아했다”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주민들과 힘을 합하고 인근 관광지와도 네트워크를 가지면 전국 어느 곳 부럽잖은 문화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일을 흉허물 없이 창문아트센터에 의논하러 오는 주민들도 “우리 마을이 살 수 있는 길은 이것뿐”이라며 “우리도 문화마을을 할 수 있다”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농현상과 출산율 감소로 농촌 학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공동체를 다시 살리고 활기를 불어넣는 일을 '폐교'가 맡고 나선 것이다. 삶의 공통분모가 거의 없었던 작가들과 주민들이 교감해 한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는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도교육청, 체육시설 추진 '논란'

창문아트센터는 요즘 오는 9일부터 시작할 '허수아비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작가들도 허수아비를 만들지만 체험학습 나온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