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적은곳 "수익없다" 업체꺼려 입학앞두고 구매못해 '발동동'
천정부지로 치솟는 교복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추진해왔던 교복 공동 구매가 올해부터는 학교 총괄 하에 실시된다.
교복값은 잡았지만, 업체들의 볼멘소리는 늘어가고 입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업체들의 외면 속에 신입생 예비소집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업체를 선정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입학식까지 한 달반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교복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4일 교육부와 경기도·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교복 공동 구매는 학교가 직접 경쟁입찰을 통해 교복 제작 업체를 선정하고 학생들에게 교복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업체를 선정해 실시했지만, 학교가 직접 교복 가격을 정해 업체를 선정하면 교복값을 낮추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학교 주관 구매를 통해 정해진 교복값은 경기지역 평균이 17만3천608원, 인천지역 평균이 15만8천103원이다. 지난해 교복을 개별구매했을때 평균 가격이었던 25만9천667원(경기)·24만8천750원(인천)보다 각각 33%, 36% 가량 저렴하다.
교복값을 잡겠다는 목표는 달성한 셈이지만 '풍선효과'도 적지 않다.
기존에는 학교 1곳의 신입생 교복을 인근 업체가 두루 판매해왔다면 올해부터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 1곳만 교복을 납품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린 다른 업체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선정된 업체도 기존보다 낮은 단가에 납품을 해야하니 마진을 남길 수 없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불똥은 농어촌 지역 등 입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 튀었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업체들이 '수익이 안난다'며 참여를 꺼리는 것이다. 신입생 수가 40명 안팎인 경기 연천군의 한 중학교는 참여하려는 업체가 1곳도 없어 입찰이 2차례나 무산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인근에 교복 업체가 없는건 아니지만 입학생 수가 많은 다른 학교로 전부 몰렸다"고 토로했다.
신입생이 10명도 되지 않는 인천 연평면의 한 중학교는 아예 기존 교복을 포기한 채 시내 학교 중 교복이 비슷한 곳과 공동구매키로 했다.
"학교 상황이 제각각인데, 무조건 공동구매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게 학교측 의 하소연이다. 뒤늦게 업체를 선정한 학교도 제작기간 등을 감안하면 오는 3월 입학식까지 교복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라면 상당수 학교에서 '사복 등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복값의 거품을 빼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처음이다보니 혼선은 있을 수 있는 만큼 다방면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기정·강영훈·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