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이어 이화여대가 등록금을 인상하려다 좌절하자 다른 대학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록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최근 3년간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했던 대학들이 올해는 등록금 인상에 나서려 했으나 재학생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데다 교육부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학들 대부분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 두 차례 열린 등심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학생 측이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동결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동결을 제시한 학교 측과 1.0∼1.5% 인하를 요구한 학생 측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되자 학생 측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동결안이 가결된 바 있다.

고려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학교 측은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2012, 2013년 등록금을 내렸던 고대는 지난해 학생 측의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동결한 바 있어 이번에도 동결로 귀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강대는 현재 학교 측은 동결, 학생 측은 소폭 인하 안을 제시한 상태로 오는 27일 열리는 등심위에서 타협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양대도 학생들이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해처럼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대는 학교 측이 제시한 동결안을 총학생회가 받아들여 올해 등록금이 동결된다.

지난해 등록금을 소폭 인하했던 성공회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확정했다.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했던 성균관대, 2년 연속 동결했던 한국외대 역시 올해 등록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동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애초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3년 연속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했으니 올해는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학 모임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9일 정부에 등록금을 법정 인상 한도인 2.4% 이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교육부와 대교협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은 2012학년도에 전년 대비 4.3% 내린 데 이어 2013학년도 0.46%, 2014학년도는 0.24% 인하됐다.

대학의 등록금 평균 인하율이 4.3%, 0.46%, 0.24%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를 보면 대학이 올해 더 등록금을 내릴 여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의 절대 수준이 여전히 높아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민간이 부담하는 공교육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우리나라가 14년째 1위를 고수한 가운데 고등교육의 민간부담 비율은 1.9%로, OECD 평균(0.5%)의 4배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와 정부재정지원을 연계한 정책을 고수하기로 해 한 푼이라도 아쉬운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부가 상관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등록금 2.4% 인상안을 추진했던 이대가 공교롭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방문한 날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혀 교육부의 '외압'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반값 등록금 달성을 목표로 한 만큼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의 평가 지표에서 등록금 인하 노력을 빼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