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여자선언(가칭)' 기념 퍼포먼스 마련
세대·계층 아우르는 시민축제로 연중 추진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다. 35년에 걸친 치욕적인 일제지배를 청산하고 나라를 되찾은 지 꼭 70년이 됐다. 불과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가 이뤄낸 성과는 실로 놀랍다. 최하위 빈곤국가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1인당 국민소득도 이제 3만 달러를 앞두고 있다. 세계인들은 우리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일제의 침략에 죽음을 불사하고 온 몸으로 맞선 '영웅'을 조명하고 역사를 되짚어 봐야 한다. 다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일제에 맞선 숨은 영웅이 살아 숨쉬는 곳이 바로 수원이다. 수원에는 민족대표 48인의 한 분이셨던 김세환 선생과 수원의 유관순으로 불리는 이선경 애국열사, 그리고 수원의 기생들을 이끌며 3·1운동을 펼치다 혹독한 옥고를 치른 기생 김향화 선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숨결이 살아있다. 또한 수원고등농민학교 학생비밀 결사운동 등 한국 독립운동사에 선명한 획을 그은 자랑스러운 도시다.
1919년 3월 1일.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팔달산 서장대와 연무대, 화성행궁, 종로네거리, 수원역 일대로 퍼져나갔고, 같은 해 3월 29일에는 수원기생 김향화 선생 등 30여 명이 수원경찰서 앞(현 화성행궁)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쳐 수원지역의 주민들과 상인, 노동자들까지 참여하는 만세운동으로 확대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또한 1920년 수원지역의 지식인들과 청년학생들의 항일독립 단체인 '구국민단'을 결성해 활동한 이선경 열사도 이때 체포돼 투옥됐고 고문을 당해 순국했다. 꽃다운 나이 19세. 유관순 열사와 같은 나이이지만 우리는 유관순 열사는 알아도 이선경 열사는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여류화가이자 여성해방가인 신여성 나혜석에게 이어져 가부장적 질서가 민족차별과 함께했던 시기 '여성인권'의 외침으로 이어졌다.
역사란 무엇인가? 토인비(A.Toynbee)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라고 했고, 카(E.H.Carr)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오늘의 도전과 어제의 응전이 계속되는 것이 역사라는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역사적 정체성을 되돌아보며,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사명은 무엇이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수원시는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광복 70주년의 뜻 깊은 해에 시민들과 한마음으로 '평화·인권·통일'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자 한다.
'수원의 유관순, 이선경', '의로운 수원기생 김향화', '여성해방의 선구자 나혜석'을 주제로 수원시는 3월말 '대한독립여자선언(가칭)'의 기념 퍼포먼스를 시민들과 함께 시작해 민간주도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시민축제로 연중 추진하고자 한다.
수원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우리 수원은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지난 갈등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면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루어 갈 것이다.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 손잡고 새로운 세대들에게 '수원의 꿈과 희망'을 전하고자 힘찬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이제 그 한 걸음을 의미있게 내디뎌 본다.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