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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동원 대리시험까지 치러
합격 60.9% '학점은행·사이버대'
일부 1급 승급 시험문제 유출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 손쉽게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브로커를 통해 온라인 대리 수강으로 학점을 이수하거나 대리 시험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자체 등으로부터 보육교사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은 일부 교육원은 시험문제를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지원(30·여·가명)씨는 지난 2012년 학점은행제의 온라인 강의로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민씨는 본인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수강을 신청하고 대리 시험을 통해 아버지의 보육교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민씨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중개인(브로커)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는 학기마다 치러야 하는 시험은 브로커가 미리 건네 준 기출문제를 보며 온라인상에서 본인과 아버지까지 대리 시험을 치렀다.
과제 역시 때마다 브로커에게 참고 자료를 받아 작성했는데, 이 방식으로 민씨는 아버지 몫까지 이수학점을 전부 채울 수 있었다. 민씨와 아버지는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보육실습만 참가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민씨와 같이 사이버대학과 학점은행제로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4만3천116명으로 전국 자격증 취득자 중 60.9%에 달한다.
학점은행제 관계자는 "학습설계를 명목으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교과목을 추천하고 기출문제도 제공한다"며 "시험이 A·B유형으로 출제되지만 모든 기출 문제를 확보해뒀다"고 귀띔했다.
2급 자격증을 딴 보육교사가 승급(1급)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에서도 각종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시흥시가 지정한 보육교사 보수교육기관인 경기과학기술대학교는 지난해 1급 자격증 필기시험을 치르기 일주일 전, 강사들이 5배수로 문제를 기출해 수강생들에게 배포했고 이 중 30여개 문제가 실제 시험에 출제됐다. 강사들이 승급 시험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놓고 시험문제를 유출한 셈이다.
학교 관계자는 "평일에는 근무하고 주말에는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시험 직전에 문제를 제공했다"며 "다른 기관에서도 수강생들에게 기출 문제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인교대 유아교육과 이경민 교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보육과 교육을 함께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보육교사 자격증 역시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지영·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