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선 쇼핑과 더불어 삶의 활력 체험
작년 시·기업체 구매금액 6억4천만원 육박
설맞아 상품권 구입해 이웃사랑 실천했으면…


요즘 갑을론(甲乙論)이 화두다. 특히 갑세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이 뜨겁다.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기상천외한 '갑'의 돌출 행동들이 가끔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들의 이런 행태가 지금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사라지길 바라지만 갑의 횡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이런 빗나간 행동들이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많다. 승자가 많은 것을 독식하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일등 문화도 그 중 하나다. 물론 공정한 룰(Rule)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큰 상(賞)과 더 큰 열매가 돌아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원칙들이 있어야 한다. 승자는 사회에 대해 좀 더 헌신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또 자신이 소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도량도 필요하다. 특히, 주변에 대해 깊은 배려와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대형마트는 골목가게, 전통시장과 상생해야 한다. 이게 배려의 출발이고, 따뜻한 나눔의 시작이다. 우리 이천시는 이런 따뜻한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여러 가지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온누리상품권의 활성화다.

온누리상품권이 시장(市場)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이다. 전통시장과 소상인 보호차원에서 시작됐고, 통용장소가 한정돼 있다. 상품권으로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의 품목도 제한적이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함이 없지 않다. 자칫하다간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온누리상품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자체장의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민 경제로 대표되는 전통시장 육성과 소상인 보호는 단체장의 중요 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골목 상권은 지역 경제의 모세혈관이란 생각이다.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최말단까지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제 기능을 못하면 생명유지가 어렵다.

골목상권도 마찬가지다. 골목 상권의 침체와 쇠락은 지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그 만큼 지역경제에서 골목 상권의 활력은 중요하고 절실하다.

온누리상품권의 구입과 사용은 배려와 따뜻한 나눔의 상징이다. 혹자는 온누리상품권의 사용범위를 놓고 불평한다. 누구는 전통시장의 영세성과 쇼핑의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일면 맞다. 생각에 따라 전통시장 등은 대형마트에 비해 쇼핑환경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젊은 소비층의 다양한 소비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통시장에선 쇼핑과 더불어 삶의 활력을 체험할 수 있다. 큰 덤이 아닐 수 없다.

이천시엔 전통시장 3곳이 있다. 사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공중 화장실 등을 새롭게 단장했다.

이천시는 온누리상품권의 유통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힘써왔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사회단체와 기업체 등에 구매를 당부하는 안내문도 보낸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시청과 기업체에서 구입한 온누리상품권 금액만도 6억4천만원에 육박했다. 이 금액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매출액으로 돌아갈 것이다. 간절한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자평한다.

을미년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시민들이 올 한해 나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뜻 깊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계획표 한 구석에 이번 설을 맞아 온누리상품권을 꼭 구입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꾸며봤으면 좋겠다.

/조병돈 이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