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창업자 절박한 순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
기업가로서 성공위해 목숨 건 승부사정신 결핍
불굴의지·위험돌파 용기 가슴깊이 담겨 있어야


#1, 전자공학과 3학년생으로서 1년 전 창업 아이디어를 잉태했다. 동료 4명과 함께 창업 팀을 구성해서 창업 경진대회에 참여했고 과분한 상(賞)도 받았었다. 경진대회에서 우리를 주목한 전문가들로부터 조언과 멘토링도 받았다. 최근 정부로부터 사업자금을 지원받으니 더욱 비장해 진다. 그런데 언제 창업을 해야 할까?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렵다. 다른 멤버들도 빨리 창업하자고 하지는 않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2,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이매진 컵에서 2등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핑거 코드',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장갑 모양의 장치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였다. 당시 빌 게이츠를 놀라게 했던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창업하기에는 국내시장 규모가 작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정황 속에서 창업을 하진 못했다. 그런데 7년 후인 2014년 MIT 대학생들이 '핑거 리더'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으로 인쇄된 글자를 읽어주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곧 바로 창업했고 실리콘밸리의 투자 자금이 연일 몰려들고 있다.

최근 청년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도 청년창업에 관한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실제로 청년창업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신설법인 중 3천493곳이 30대 미만이 창업한 곳이다. 그런데 청년창업에는 겉으로 드러난 면과 다른, 감추어진 그들만의 속살이 숨겨져 있다. 다만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오랜 세월 청년창업을 지도한 경험에서 볼 때, 청년창업의 실상은 표면적 현상과는 다른 면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표면적인 화려함 에 도취되기 보다는, 그 속살을 들춰내고 실상과 허상을 같이 봐야만 진정으로 청년창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믿는다.

청년창업의 열기가 집결하는 곳이 바로 창업 공모대회다. 수많은 창업 공모대회마다 청년들로 넘쳐난다. 이를 두고 우리 청년창업자 층이 탄탄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정작 그들 중에는 창업기업가로서 일생을 걸겠다는 절박감을 가진 청년들은 많지 않다. 실상은 창업경험을 즐기는 낭만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현실의 치열한 경쟁과 좁은 관문이 주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한 방책으로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청년시절의 창업경험은 일종의 '스펙 쌓기'다. 마치 1980년대 대학생들이 대학가요제 참가를 희망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점은, 창업 기업가로서 성공하려는 즉 목숨건 승부사로서의 기업가정신이다. 이것이 청년창업 열기라는 표면뒤에 숨겨진 뒷면이다. 심지어 상금에 눈먼 상금사냥꾼들도 있다. 그들은 공모대회마다 참여해서 상금을 타내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이런 스펙창업자와 상금사냥꾼은 치열한 창업정신이 부족한 '낭만적 예비창업자'다. 실제 창업 자체는 그들에게 목표는 아니다. 대학시절의 추억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행복 뒤에는 부조화가 있다. '낭만'과 '창업'이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부조화가 바로 그거다. 창업자의 길이 순탄할 수는 없다. 자신의 일생을 건 치열한 집념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창업자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낭떠러지에서 추락하지 않으려는 오기와 절박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창업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창업자가 그런 절박한 순간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기 창업은 했다고 하더라도, 소위 창업 3~4년에 발생한다는 '죽음의 계곡'의 위기 속에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교훈 중 '해군이 되려하지 말고 해적이 되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우리 청년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 청년창업에는 기업가정신이라는 근본이 결핍돼 있다. 자신의 일생을 거는 불굴의 의지, 위험을 돌파하려는 집념과 용기가 가슴 깊숙한 곳에 담겨야 한다. 해적 정신을 갖자는 스티브 잡스의 표현이 오늘따라 절실하게 들린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