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성분 없다" 주사투여
검사결과 근육강화제 성분 검출
최악의 경우 인천AG 메달 박탈
한국 수영의 간판 '마린보이' 박태환(26·인천시청)이 도핑검사 양성 반응으로 선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도전을 선언한 박태환이 소속팀인 인천시청과 오는 3월 재계약을 앞두고 돌발 상황이 불거진 것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받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실을 대회가 끝난 뒤인 10월 말께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FINA 반도핑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양성반응이 나오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
뒤늦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수영계와 그의 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1998년 수영에 입문한 뒤 도핑을 우려, 감기약조차 복용하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박태환이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인 박태환이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사실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그간 밝혀진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박태환 소속사 측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2개월 전 한국의 한 병원에서 무료로 카이로프랙틱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병원에서 주사 한 대를 놓아주었는데 박태환은 해당 주사의 성분이 무엇이고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닌 지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 병원의 의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주사라고 거듭 확인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소속사 측은 이 병원에서 박태환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한 이유와 목적을 파악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강력히 묻겠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박태환이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것은 갱년기 치료 등에 쓰이는 주사제인 '네비도(nebido)'를 맞았기 때문으로 보고, 병원 측의 과실 여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이 주사제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에서 금지약물로 지정한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병원 측의 과실이 명확히 입증되더라도 박태환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는 것이 체육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박태환에 대한 FINA의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을 박탈당할 뿐더러 자격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올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도 없다.
대한수영연맹 등은 이번 수사에서 박태환의 고의성이 없음이 확인되면 선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FINA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FINA 반도핑위원회의 청문회는 2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공교롭게 박태환과의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며 "징계 수위가 낮거나 아예 징계가 취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