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인성교육 강화 부적격성 가려내야
근무시간·업무량 상응하는 처우개선 시급
어린새싹 병들지 않게 가정·사회 관심 필요


어린이집에서 교사나 원장이 어린이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지난 1월 14일에 보도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어린이집 폭행사건의 동영상을 보면서 자괴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필자가 외손녀 두 명을 둔 할아버지이고, 지금껏 교육자로서 살아왔으며, 특히 인천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의 총장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보육교사의 폭행에 보통 몸무게가 13㎏ 정도인 네 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나동그라지는 장면에 분노했고, 그 아이가 곧 일어나 음식물을 주어 담는 장면은 너무 처연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을 텐데, 일부 교사들의 일탈 행위 때문에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이 안타깝다. 따라서 학부모와 보육교사 간에 불신을 키울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아동 폭행이나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서는 큰 사고가 나면 문제의 근원을 찾아 치료하기보다는 전체를 드러내버리는 극단적인 처방을 하곤 했다. 작년 4월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후 정부는 해양경찰이 올바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해서 해경을 해체했다. 또한 이번 송도 어린이집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문제가 된 보육교사 때문에 어린이집을 폐쇄한다면 대부분의 선량한 교사들과 거기에 아이를 맡긴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금도 어린이집이 태부족이어서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최소 1~2년은 기다려야 하는 형편인데 말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 폭행 및 학대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당장 눈앞의 불을 끄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보육 교사의 양성과 임용 및 승급 과정에서 아동·보육 관련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부적격 교사를 가려내야 한다. 현재는 학력과 보육교사 교육과정 이수에 따라 3급이나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각각 2년과 3년씩 현장 근무 경력을 쌓으면 1급까지 무난하게 승급한다. 보육교사의 자질을 향상시키려면 최초 자격증 취득이나 승급 시 보육교사의 자질을 엄격하게 검정하고, 보수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둘째, 보육 교사의 근무 여건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하루 근무시간이 12시간 이상인 교사가 33.6%를 차지할 정도로 과로에 시달린다. 또한 보육교사 1명이 어린이 15명(3세 기준)을 돌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미국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렇게 과중한 업무에 비해 보육교사의 월급은 적어서 1년 이내 이직률이 평균 40%에 이른다. 따라서 자질 있는 보육교사가 안정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려면 유치원 교사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 보육교사의 급여를 근무시간과 업무량에 상응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셋째, 어린이집과 가정 및 사회가 어린이 보육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 국가에서 보육수당을 지급하자 전업주부도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0~2세 영아는 집에서 부모가 직접 기르는 것이 신체·정서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부모, 조부모, 자원봉사자나 실습생들이 아이들 밥 먹이기, 옷 입히기, 교재 만들기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교사를 도와주고 교육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개선해야 한다.

보육교사 자질 향상,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 어린이집과 보육교사 확충 등을 하려면 보육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가정의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어린 새싹들이 마음의 병이 들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스페인 자유교육의 선구자인 프란시스코 페러가 말했듯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 아닌가.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