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세계대회 존재감 떨쳐
틈틈이 협회 찾아 나눔의 강습도
"탁구공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게 탁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7일 수원 서호체육관에서 만난 이창준(36·수원시장애인체육회)은 탁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창준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지만 장애를 극복한 탁구 선수다.
이창준은 2013년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단식 1위, 복식 1위, 단체 1위에 오르며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3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단식과 복식, 단체에서 정상에 올라 다시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전국에 알렸다.
특히 이창준은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왔다. 지난 2012년 세계농아인탁구선수권대회에서 복식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고 2013년 소피아농아인올림픽대회에서 혼합복식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창준은 처음부터 장애 선수는 아니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이창준은 10세 때부터 탁구를 시작했다. 이창준은 "처음엔 취미로 탁구를 했는데 주변에서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탁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탁구와 인연을 맺은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점차 장애와 맞닥뜨리게 됐다.
이창준은 "중학교 시절부터 집단 생활에 점차 어려움을 느꼈다"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훈련을 하는데 어려움도 있었고 선배, 코치님의 이야기를 못들어 혼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시합을 할 때도 탁구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들리면 공을 치기 편한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탁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꾸준한 훈련으로 극복해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체대에 입학했고 고창군청 실업팀에서 10년 동안 탁구 선수로 활동했다.
이창준은 2010년 비로소 복지등록을 마쳤다. 그전까지 이창준은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장애가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선배가 청각장애 탁구에 대해 소개했고 적극 추천했다. 그 이후로 자신감을 찾고 수화도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내 자랑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4살 배기 딸과 이제 2살이 된 아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내조를 잘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내가 비장애인 시합보다 장애인 시합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지금은 아내의 탁구 조언도 많이 얻고 있다"며 웃었다.
탁구의 매력에 대해 그는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탁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도 "탁구대 앞에 서면 떨리고 탁구공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게 내가 탁구를 놓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탁구가 없었다면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거창군청에서 선수활동을 하던 그는 2년전 수원시청으로 이적했다. 이후 수원시청 남자 탁구부가 구조조정 됨에 따라 수원시장애인체육회로 소속을 옮겼다. 현재 그는 수원시청 여자 탁구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틈틈이 그는 화요일과 목요일 2차례씩 수원시장애인탁구협회 선수들을 대상으로 탁구 강습을 한다. 이창준은 "갖고 있는 재능으로 탁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청각장애 탁구에 대해서도 "이들이 운동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계를 위해 운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준의 목표는 2017년 올림픽이다. 그는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 주신 수원시장애인체육회 이내응 사무국장과 이성금 과장께 감사드린다"면서 "2017년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