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 조계지·베이징 왕부정거리
옛것들의 현대적 가치 재조명
다민족 문제 콘텐츠화도 고민
“한국과 중국의 문화산업 시장은 위기와 기회가 상존한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중국 시장은 모든 강대국의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시 CJ E&M ‘K-POP 아카데미’에서 CJ측 관계자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문화 탐방단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학생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과 중국은 거리가 가깝고, 같은 한자 문화권이고, 10여 년의 한류 기간이 있었고, 최근 일본 우경화를 비롯한 정치적 환경 등이 기회이기도 하지만 이는 곧바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대장금’ 등의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방송을 장악한 적이 있는데, 이에 놀란 중국 정부는 한국 드라마의 황금 시간대 편성을 금지할 정도로 견제도 극심해 졌다고 한다. 중국 현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한국 문화를 중국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CJ측은 중국의 문화산업 시장이 최근에 급격히 확장하고 질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인천대가 처음으로 시도한 이번 학생들의 중국 문화 탐방 프로그램은 참여 학생들에게 기회부여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 동안 진행한 톈진과 베이징 탐방 과정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중국을 전공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한껏 느꼈다.
학생들은 첫날 인천 중구의 조계지와 비슷한 풍경의 톈진 조계지, 톈진의 새로운 문화산업 거점으로 부상한 ‘능오창의산업원’을 방문했다. 이튿날에는 톈진 해양문화 테마파크도 찾았다.
베이징으로 이동해서는 세계 영화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의 영화산업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차이나필름’을 방문해 영화제작 과정과 세트장, 중국 영화산업의 현주소 등을 살폈다.
베이징의 대표적 먹자골목인 ‘왕부정(王府井) 거리’에서는 옛 골목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와 우리의 떡볶이까지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는 광경도 목격했다.
학생들은 또 중국의 골칫거리로 인식되는 다민족 문제를 어떻게 문화적 콘텐츠로 풀어 내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근대 건축물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인천의 아트플랫폼처럼 근대 시기의 거대한 무기제조공장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베이징 798 예술특구’도 참관했다.
오래된 것의 현재적 가치는 그 오래된 시간만큼의 자산가치로 더 무게감 있게 환원될 수 있음을 학생들은 실감했다. 옛 것은 무조건 싹 쓸어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개발지상주의적 발상의 위험을 깨닫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중국 하얼빈 유학을 준비 중이라는 이원선 학생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중국을 좀 더 깊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배운 중국관련 공부가 한꺼 번에 되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