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경우도 위험한 것보다
불편한 것이 우선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자신의 불편함을 참을 수 있는
배려가 그리운 때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 원장 한 분이 박물관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은 박물관 주변은 학교나 어린이집처럼 안전보호지역으로 정해진 제도적 장치가 없느냐는 것이었다. 체험교육을 위해 박물관으로 향하던 어린이집 차량이 박물관 앞 진입로에서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것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많은 불합리를 겪었던 듯하다. 박물관은 유아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학습하고 관람하고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학교 앞보다 더 조심하고 서행 운전해야 하는 지역일 수 있다. 그러나 박물관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이해나 인식 때문에 아직까지 박물관 주변에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고를 당한 어린이집 원장이 그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부분도 버스에 탑승했던 다수의 사람이 아이들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바쁜 걸음을 방해하는 서행 차량에 분노하고 그것이 집단의식으로 표출되면서 피해차량을 마치 가해 차량인 양 몰아세우는 행동이었다고 한다. 신호를 무시하고라도 빨리 달려 주기를 바라는 이기심이 위험 불감증 사회를 만들어 결국 엄청난 사고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닐는지. 불현듯 속도감을 잃고 질주하는 사회가 두려워진다.

박물관은 사회교육시설로 학교 밖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박물관을 방문하여 문화를 누리고,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받게 된다. 박물관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진화해 가는데 박물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느 한 시점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과거의 박물관이 유물 보관과 소수자의 연구를 목적으로 존재했다면, 현대의 박물관은 방문자의 수준과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대중 중심의 교육서비스 공간으로 자리한다. 그런 이유로 유치원이나 학교단체는 물론 가족단위의 개인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고 있다. 결국 박물관은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항시 머물 수 있는 보호되어야 할 지역이다. 그러나 학교 주변의 도로처럼 어린이나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인물이나 안전장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안전하게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고, 박물관은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기에 질주하는 차들의 속도를 줄일 방법을 찾아 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했지만 결론은 안타까움이었다. 강제로 감속하게 하는 도로 설치물을 검토해 보았으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었다. 타인의 위험보다 자신의 불편함을 못 견뎌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많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지 실감케 한다. 결국 무방비 상태로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직시한 몇몇 담당자들이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불편함은 감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여러 가지 시설물을 설치하게 되면서 질주하던 차량의 속도를 조금은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전이 지켜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설치물이나 법적 규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에 있음을 우리는 공감한다. 박물관은 어떤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며,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면 자발적 마음의 움직임으로 속도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 위험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이기심이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키워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고 위험의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위험함과 불편함의 관계, 어떤 경우도 위험한 것 보다 불편한 것이 우선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면 자신의 불편함은 참을 수 있는 배려가 그리운 때이다. 문화인임을 자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회에서 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심연의 소리일진대, 빠른 속도감에 마음의 소리를 놓치고 있기에 사회는 신음하고 있는 것이리라. 입춘의 절기를 맞아 새 생명 피워내기 위해 대지가 꿈틀대 듯, 잃어버린 마음 오롯이 놓여 있는 박물관에서 우리는 안전한 사회의 갈망으로 꿈틀대길 희망한다. 이런 움직임으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미래를 설계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한국희 남양주역사박물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