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시립합창단 단원들이 인천시 동구 금창동의 한 경로당을 찾아가 조영숙(80) 할머니에게 은으로 만든 쌍가락지를 선물했다. 합창단원들이 할머니에게 은가락지를 선물한 것은 며칠 전 할머니에게서 은가락지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30분 인천시립합창단의 ‘찾아가는 연주회’ 공연이 끝난 동구 창영사회복지관 강당에선 마광휘 합창단 단무장과 조영숙 할머니 간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할머니는 “공연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아 보답을 하고 싶다”며 끼고 있던 은가락지를 빼 들고 받아달라며 간청했고, 마 단무장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며 맞섰다.
할머니의 완강한 고집을 꺾지 못한 마 단무장은 결국 반지를 받은 뒤에야 복지관을 나올 수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이번 공연이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문화 공연이었다. 젊어서는 먹고 사는 게 바빠서 그랬고, 나이를 먹고 나니 도대체 무슨 공연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문화 공연은 오직 TV에서 본 것이 전부다. 남편과 20년 전 사별한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다.
할머니는 “공연 소식을 듣고 일찍 복지관에 찾아가 일부러 맨 앞자리에 앉아 공연을 봤는데, TV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달라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번에 보답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고집을 부렸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공연에 감동받은 할머니가 소중한 선물을 전해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합창단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더 큰 감동을 선물로 받게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송지영 단원은 “할머니의 정성에 오히려 단원들이 더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정성스럽게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마광휘 단무장은 “단원들이 공연으로 보여준 감동보다 더 큰 감동을 단원들이 받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시립합창단은 할머니가 준 반지를 액자로 만들어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