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시루봉은 춤입니다
안개
는개
천년 풍상을 휘저어
광교산 종루봉 형제봉은 춤입니다
고려 창성사 터
거기 아늑자늑 남모르게 묻어둔 춤입니다
광교산 문수봉은 춤입니다
오늘 따라
비가 비를 따라오니
비의 하루에 젖은 사느란 혼내나는 춤입니다
광교산 문수봉 골짜기는 춤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누구도
누구도
덩실 더덩실 춤추는 너울입니다
광교산 둘레는 다 춤입니다
백리 밖
백오십리 밖
어느 비알도 누운 벌판도
들썩들썩
한 마당 밤 지새울 춤입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저 백운 기슭도
건너가는 관악도 남한산도 더불어
드넓은 춤입니다
광교산은 커다란 춤입니다
/고은 시인
※고은의 광교산 연작시, 독자 여러분의 요청에 따라 오늘 부터 매주 금요일 1면으로 자리를 옮겨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