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초등학교가 고졸 학력의 불법 체류자를 방과 후 학교 원어민 강사로 채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채용,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학교는 물론 교육청조차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학교 측이 원어민 강사 채용 과정을 민간업체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기지방경찰청 2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다른 사람의 여권을 이용해 초교 원어민 강사를 한 나이지리아 국적의 A(25) 씨를 출입국 관리법 위반,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4월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 체류하면서 지난해 9월 타인 명의로 남양주 지역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원어민 강사로 채용돼 3개월간 매월 230만원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강사로 일한 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실 담당 교사는 “우리는 입찰을 통해 업체와 (방과 후 교실 운영을) 계약했고, 업체가 원어민 채용을 전담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브로커에게 50만원을 주고 위조 여권과 가짜 대학 졸업증명서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는 A씨가 방과 후 교사로 일하기 전 ‘성범죄 경력 조회’만 했지만 이마저도 엉터리였다. 정작 A씨가 아닌 명의를 빌려준 공범(33)의 범죄 이력만 알아본 꼴이었다. A씨의 성범죄 경력 여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구청의 외국인 등록사실 증명서 발급 절차도 허술했다. A씨는 서울 모 구청의 민원실에서 타인 명의로 외국인 등록사실 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도 다른 사람의 것이었지만 민원 담당자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등록사실 증명서는 원어민 강사 채용을 위한 필수 서류였다”며 “민원 담당자가 서류상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안산 등을 기반으로 하는 나이지리아 축구 동호회를 통해 여권 위조 브로커를 만나 일자리를 얻었다. 경찰은 A씨처럼 여권을 위조해 취업한 불법 체류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A씨의 ‘어설픈 태도’를 의심한 다른 원어민 강사로부터 나온 첩보로 시작됐다.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불법체류자가 도내 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는 사실을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며 “사실 확인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재훈·김명래기자
고졸 불체자(불법체류자)가 원어민 강사… 구멍뚫린 ‘채용 검증시스템’
여권 위조해 타인명의 취업
초교서 강의하다 적발 구속
학교·교육청은 뒤늦게 대책
입력 2015-02-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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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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