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국가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구체·실질적 수준의
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정부능력을
믿고 국정지지도는 향상된다
지난 연말 연초에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각종 사회 이슈에 대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범국민적 반응이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1천9명을 대상으로 한국 갤럽이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29%였고, 부정평가는 63%였다. 긍정평가는 1월 첫째 주부터 40%→35%→30%→29%로 매주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51%→55%→60%→63%로 매주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에 대해 언론은 정윤회씨 문건 파동,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액공제 문제, 어린이집 폭행사건 등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지적들을 좀 더 살펴보면 정윤회 씨 문건 파동은 소통의 문제, 담뱃값·연말정산·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정책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 여부는 소통과 정책의 문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윤회 씨 문건 파동의 문제는 국정농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로 인식돼 국정수행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흔히 민주적 정치체제 내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간주되는 소통, 의사표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대해 존 밀턴 (John Milton)은 사상의 공개 시장 개념을 제시했다. 존 밀턴의 사상의 공개 시장개념에 따르면 진실은 자유롭고 공개된 논의의 소통과정을 통해 개인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될 때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윤회씨 문건 파동 당시 진행된 무수한 갑론을박(甲論乙駁) 과정은 진실 규명을 위한 사상의 공개시장에서의 소통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도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러한 갑론을박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부정적이라고 단정하며 논의를 종결시켜 버렸다. 이는 사상의 공개 시장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소통의 기회를 막고 진실을 숨기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정윤회 씨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해 소통의 불편을 느끼는 계기가 돼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본다.
한편, 역사적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갑론을박은 늘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을 계획 수행하면서, 김대중 정부는 남북경협과 벤처산업을 육성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개발과 자원외교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논란에 부딪혔다. 그런데 현 정부는 담뱃값, 연말정산, 어린이집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국가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 비전 정책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정책들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정책인지, 만약 아니라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정책은 무엇인지 다시 궁금해진다. 혹시 이 문제들은 정책 비전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과거 정책에 대한 일방적 수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그 일방적 수정 결과가 불분명해 국민들이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낮은 국정 수행 지지도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은 언론들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총리를 포함한 인사개편, 대북관계 개선, 법인세 인하 등의 조세제도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국민에게 중요한 획기적 일자리 창출방안(예: 박정희 정부의 광부·간호사 독일 파견, 사우디 유전 개발 참여 등)이나 국민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정책의 합리적 개혁 (예: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등) 방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리더십 쇄신과 함께 정부와 여당은 대표적 국가 정책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에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현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을 믿고 따를 것이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정책 비전이 제시돼야 국정수행 지지도가 향상될 것이다. 올 연말 쯤, 온 국민이 믿고 따르는 정책 비전 달성을 위해 갑론을박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