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후 첫 설을 맞은 유족들은 함께 떡국을 나눠 먹고 차례를 지내며 아픔을 달랬다.

세월호 유족 2명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등 20여명은 설 당일인 19일 오전 10시 30분께 광화문 농성장에서 떡과 만두가 들어간 떡국 약 30인분을 끓였다. 

이어 광장 가운데 테이블 2개를 설치하고 모여 앉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와 같은 덕담을 주고받은 뒤 떡국을 나눠 먹었다.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지나가던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떡국을 건넸다.

이들이 떡국을 먹는 농성장에는 전날 밤에 단 종이 복주머니 304개가 바람에 흔들렸다.

이 복주머니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실종자 9명의 복주머니에는 사진이 함께 붙었다.

고(故) 이민우 군의 아버지인 이종철 씨는 "설에 이렇게 떡국을 함께 준비해주니 감사하다"면서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밝혀야 할 진실이 있기에 아파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정모(27·여)씨는 "유가족, 자원봉사단, 시민이 모두 모여 위로하는 의미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진실이 밝혀져) '추석은 집에서'가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3시에 각종 과자와 빵, 초콜릿, 음료수, 과일, 치킨, 피자 등을 놓은 차례상을 마련해 합동차례를 지냈다.

사회를 맡은 자원봉사자 박현주 씨는 "올해 304명의 소중한 사람이 가족과 함께 설을 보내지 못했다"며 "차례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차렸다"고 말했다.

고 오영석 군의 아버지인 오병환 씨는 "자식을 먼저 보내고 이렇게 차례를 지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올해는 진실이 밝혀지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해가 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차례를 지낸 후 음식을 시민과 나눴다.

이어서 '세월', '투쟁', '공작'팀으로 나눠 인간 윷놀이를 즐겼다.
▲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30여명은 오전 11시 서초구 반포동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집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합동차례'를 지냈다.

이들은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다가 지난달 28일 의문사한 A(28)씨의 사망 원인 규명,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A씨와 송파 세모녀 등 12명의 영정사진이 걸린 현수막을 걸고 그 앞에 떡국 12개를 놓았다.

A씨의 아버지는 "올해 나의 꿈은 '내 자식이 이렇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 하나밖에 없다"며 "그 진실을 위해 올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도 오후에 합동차례를 지냈다.

LGU+와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의 인터넷·IPTV 설치기사 등 약 100명은 전, 백숙, 바나나, 사과, 말린 동태, 나물 등을 올린 차례상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낸 뒤 음식을 함께 나눠 먹었다.

이정훈 LGU+ 비정규직지부 상황실장은 "설만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소망이었다"면서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가족과 밥 한 끼 먹고, 놀이공원에 가고,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