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라구요? 당장 귀찮은데 무슨….”
경기도내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대공 장애물과 감시초소 등 북한의 대공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운영토록 돼 있는 군사 시설 관련 규정을 '돈벌이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외면, 유사시 안보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이들 시설물을 관리, 점검해야 하는 관련 군부대들 조차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골프장측의 입장을 적극 수용(?),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거나 아예 점검조차 하지 않아 국가 안보를 위한 관련 규정을 스스로 사문화시키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경기도와 시군, 관련 군부대에 따르면 인적이 드문 산속이나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한 골프장들이 야간에 A10기 등 저공침투가 가능한 북한의 군사 항공기 착륙지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비, 대통령 훈령에 따라 골프장 별로 오뚝이침과 바리케이드, 감시초소 등을 설치 운용토록 돼 있다.
그러나 용인, 화성 등 도심 근교의 골프장은 물론 휴전선과 인접한 북부지역 대부분의 골프장들조차 인력부족과 영업지장을 이유로 시설 설치를 기피하고 있어 안보관련 규정이 군부대의 '부킹청탁 압력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여주 금강골프장의 경우 3번홀과 5, 6번홀 등 모두 11개 홀에 0.5인치 이상 굵기의 철선을 1.5m높이로 설치토록 돼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인근 대영루미나CC도 대공침투에 취약한 13개 홀에 설치토록 돼 있는 오뚝이침 80개, 바리케이드 28개 등 각종 장애물의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또 가평의 200CC와 리츠 칼튼CC도 각각 6개 홀, 3개 홀에 설치토록 돼 있는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은데다 분대규모 이상 확보토록 규정된 방호인력을 편성하지 않아 지난해 점검 과정에서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역시 로프와 로프 중간지점에 1.5m높이, 15m간격으로 2중 설치토록 규정된 오뚝이침 및 바리케이드의 설치는 물론 모두 3개 이상 운영토록 돼 있는 감시초소도 오래 전부터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야간에 철책과 장애물을 설치하려면 한 홀당 최소한 20분 이상이 걸려 도저히 규정을 따를 수 없다”며 “군부대도 이렇다할 점검을 나오지 않아 가끔씩 부킹청탁을 받아 주는 정도로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軍당국 단속의지 전혀없고 업주는 노골적인 악법 치부
골프장이 '대공취약시설'로서 적기 침투 방지를 위해 각종 장애물을 설치하게 돼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해당지역 군부대가 이를 관리토록 돼 있지만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시·군의 골프장 담당공무원조차 설치 기준이나 관련 규정의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요시설 방호와 유사시 효율적 방위작전 수행을 위해 마련된 대통령 훈령 28호에 따라 골프장측은 '홀 길이 400m 이상, 폭 30m 이상이면서 좌우측 경사 5도 이내, 상향 15도, 하향 12도 이내의 평탄한 홀'에는 대공 장애물을 설치해야 한다. 인적드문 곳에 자리잡은 골프장은 유사시 저공침투용 항공기의 착륙지로 최적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물 설치 기준 역시 까다롭다. '와이어 로프'는 0.5인치 이상 굵기의 철선을 1.5m 높이로 설치하는 한편 좌·우측에는 3인치 이상의 파이프로 로프 받침대를 설치해야 한다. 오뚝이와 바리케이드도 중간지점에 1.5m의 높이와 15m의 간격으로 2중 설치토록 돼 있으며 골프장 주변 및 홀과 홀 사이에는 높이 3m, 지름 10㎝ 이상의 나무를 식재하도록 돼 있다. 주말 골퍼들을 골탕먹이는 연못과 벙커도 코스의 난이도 조정과 함께 북한의 항공기 침투 방지를 위한 장애물 설치 기준에 적합하도록 설치된 시설이다.
이와 함께 주·야간 감시초소도 18홀 미만은 1개소, 18홀 이상은 2개소 이상, 27홀 이상은 3개소 이상 설치해 초소별로 경비원이 24시간 근무토록 규정돼 있어 골프장들은 그동안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시설 기준을 애써 외면해 왔다. 남북관계가 긴장돼 있는 상태도 아닌 마당에, 그것도 이렇다할 제재 수단도 없는 조항을 굳이 지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골프장들의 솔직한 속내라고 볼 수 있다.
골프장의 영업활동에 방해만 되는 '악법'으로 취급받게 되니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철폐돼야할 규정이라는 말도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해당 군부대조차 공공연히 '실효성이 없다'며 사문화된 규정으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규정을 놓고 '실효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영업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악법 취급을 한다면 국민생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는 민방위 훈련이나 예비군 훈련은 무슨 근거로 실시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서 골프장이 북한의 침투 경로로 활용될 위험은 사실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해당 군부
[말많은 골프 탈많은 골프장] 對共시설물 운영규정 무시 安保도 안중에 없다
입력 200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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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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