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열린 가천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제광웅(73·왼쪽)씨와 유정자(74·여) 씨 등 만학도 2명이 나란히 졸업해 이길여 총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가천대 제공
"대학 졸업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 그 자체입니다."

26일 열린 가천대학교(총장·이길여) 학위수여식에서 70대 노년의 대학생 2명이 나란히 졸업해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유정자(74·여) 씨와 제광웅(73)씨, 이들은 특별전형인 리더십 전형과 취업자 전형으로 2011년 경영학과에 입학해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학사학위를 받았다.

유정자 씨는 화성T&T 대표로, 제광웅 씨는 웅진산업 대표로 각각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뒤늦게 학업에 길에 들어섰다.

이들은 늦은 대학생활도 쉽지 않았지만 사업체를 이끌며 주경야독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 대표는 "영어 등 어려운 과목 수업이 있는 날이면 대학 정문 앞에서 수십 번씩 대학을 그만둘까 하며 차를 돌리려 하기도 했다"며 "유 대표, 여운화(55·여) 씨 등 만학도와 함께 수업준비를 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서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딸은 글만 읽을 줄 알면 된다'는 당시의 시대 분위기 때문에 대학은 꿈에도 못 꿨다. 남편 고홍달 (주)화성써모 대표를 만나 결혼,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배움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71세의 나이에 대학입학을 결심했다.

그는 "공부를 열망한 만큼 행복했고 실제 경영에 이론을 접목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유 대표는 가천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제 대표도 6·25 전쟁을 겪으면서 가난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 평생 배움의 열망을 놓지 않고 있다가 자녀들을 키우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66세부터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했고 70세에 가천대에 입학했다.

서울 방배동 집에서 광주의 회사로 출근하면서 가천대 앞을 지났고 그때마다 '이 대학에 꼭 입학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3학년때 지성학 강의를 듣는데 강사가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학에 입학한 사연을 소개하자 학생들이 박수를 쳐줬다"며 "그때 나도 진정한 대학생이라는 생각에 기뻤다. 떳떳한 아빠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졸업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은 "두 노년의 졸업생들이 성실한 대학생활로 젊은 대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됐다"며 공로상을 수여하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성남/김규식·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