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유명 연예인이 초청됐다고 해야 학우들이 축제에 참여합니다.”
지난 7일부터 4일간 가을체전을 겸해 열린 K대학 축제에서는 인기가수 J그룹이 나와 공연을 했다. 관중석에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 팬클럽 등 여고생들이 대거 몰려와 대학축제라기보다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 그룹의 공연은 축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가 냉랭해지면서 총학생회측이 고심끝에 초청해 이뤄진 것으로, 출연료로만 수백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기간에 축제가 열린 S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인기가수 H씨와 C그룹의 공연은 물론, 신세대 마술사 L씨의 마술쇼, 연예인 특강 등 TV 쇼 프로그램을 무색케하는 일정들로 가득했다. 총학측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를 열고 프로 게이머를 초정, 게임 해설까지 곁들이는 정성을 쏟았다.

밤늦은 시간에는 심야 영화제가 열렸지만 이 역시 작품성 있는 영화상영과 심도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보다는 남녀 커플들을 겨냥한 인기 영화 위주로 상영돼 일부 학생들의 아쉬움을 샀다.

공연을 지켜본 K대 국문학과 김모(23·여)씨는 “연예인 공연을 할 때면 어떻게 아는지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서너 시간 전부터 몰려온다”며 “축제가 아니라 오빠부대 위주의 여고생들을 위한 콘서트 자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S대 기계공학대학원에 재학중인 김모(27)씨도 “멀티비전 등 첨단 장비와 인기 게이머의 해설까지 가미된 게임대회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학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명사 초청 강연과 동아리 활동 위주의 학생공연, 시국관련 집회 등이 주를 이뤘던 과거의 전통적 대학축제는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연예인 공연 등 '놀자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총학생회 역시 연예인 섭외 등에 큰 부담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 대학의 경우 오락뿐만 아니라, 학술 강연회나 세미나 등 심도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내실있는 축제 프로그램의 개발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