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반 가까이 철거·정비안돼
충격흡수 못하는 돌·철재등
시각장애인·보행자 잇단 부상
보행자 도로에 자동차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 상당수가 설치기준에 맞지 않아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철거를 미루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행정자치부(당시 안전행정부)의 ‘지방재정 손실 및 예산낭비 특정 감사’ 당시 규격에 맞지 않는 볼라드는 2만7천586개로 조사됐다. 지자체에 설치된 볼라드는 10만여개로 4개 중 1개가 설치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볼라드의 설치기준은 높이 80㎝~1m, 지름 10~20㎝ 크기에, 보행자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로, 주변에는 점형 블록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볼라드를 제멋대로 설치했으며, 점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철거 등 정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성남, 고양, 부천 등 14개 시·군에 1만2천여개의 부적합 볼라드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인근에는 높이도, 지름도 기준에 맞지 않는 볼라드가 수두룩했다.
특히 석재나 철재로 제작된 볼라드도 많아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김모(35)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볼라드에 부딪혀 깜짝 놀랄 때가 있다”며 “앞도 보지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다칠 위험이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적합 볼라드 탓에 부상을 당한 시민들은 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를 호소,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도에서 지급된 피해보상금만 3천여만원이 된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는 “볼라드의 시설 기준이 마련된 것은 2006년 이후로, 그 전에 설치된 볼라드는 규격이 맞지 않는다”며 “부적합한 것은 철거 및 재설치할 계획이지만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3천여개의 부적합 볼라드가 있는 성남의 경우 철거비용만 1억5천만~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재설치 비용(개당 25만원)을 합하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고양시는 지금까지 1천400여개의 부적합 볼라드를 철거 및 재설치하는 데에 5억3천만원을 투입했고, 남은 부적합 볼라드 2천400여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9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부적합 볼라드를 일괄 철거할 경우 인도를 침범하는 차량 발생 등 상대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점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