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시공사가 재건축아파트를 매입한 후 이달 중 입주계약을 체결키로 했던 부천의 한 장기임대아파트가 조합 전·현직 집행부 간의 소송 등으로 상당기간 입주가 지연될 전망이어서 150세대의 입주 예정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5일 경기도시공사 및 부천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 7월 21일 재건축아파트인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소재 I아파트 150가구를 총 162억7천190만원에 매입키로 조합과 계약(계약금 20%)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무주택 세대주 등 장기임대아파트 입주자를 모집,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 소유주인 조합의 집행부가 바뀌면서 경기도시공사가 중도금(60%)과 잔금(20%)을 납부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합은 지난 1월 13일 총회를 열어 신임 집행부가 구성됐으나 이 과정에서 전·현 집행부간 마찰이 생기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된 데 이어 시공사와의 공사비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발생, 경기도시공사가 중도금과 잔금을 전·현 집행부 중 누구에게 납부해야 하는지 몰라 법률 검토를 거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중도금과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소유권이 확보되지 못하게 됐고 결국 임대아파트 입주 계약이 전면 중단된 것”이라며 “법원에 공탁을 걸고 명도소송 등을 제기하는 등의 소유권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입주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등에서는 경기도시공사가 소유권을 확보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 예정자 이모(46)씨는 “전세계약이 만료돼 4월이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경기도시공사는 ‘모른다, 무기한 연기됐다’는 말만 하고 있다. 무책임한 행정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가족들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말했다.

부천/이재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