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에서 간섭을 받느니 차라리 거리에서 지내는게 편해요.”

도내 노숙자쉼터들이 자활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숙자들이 간섭을 피해 다시 거리로 나서는 등 장기노숙자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몇년째 경기사정이 호전되지 않아 노숙자들이 줄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노숙자 지원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올해 노숙자들의 겨울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노숙자 수는 쉼터에 수용된 185명과 거리를 전전하는 이들을 합쳐 모두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노숙자에 대한 정부지원은 쉼터에 등록된 노숙자에 한해 하루 2끼 식사비 2천24원과 연간 난방비 180만원(20명 기준)으로 그나마도 올해는 5천여만원의 예산이 삭감됐다.

그러나 노숙자들이 끼니와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쉼터를 외면, 거리로 다시 나서며 실질적인 정부의 노숙자대책이 겉돌고 있다. 실제로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6일 새벽 수원역 앞 지하도에는 10여명의 노숙자들이 쉼터를 거부한 채 웅크리고 앉아 추위를 버텨내고 있었다.

지난 99년 사업이 망하며 노숙자가 됐다는 대졸출신의 윤모(32)씨는 “처음에는 잠잘 곳을 찾기 위해 쉼터를 찾았지만 행동에 제약이 많아 빈집이나 공사현장 등에서 지내고 있다”며 “좀 춥기는 해도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건설회사 임원출신으로 3년째 노숙을 하고 있는 김모(55)씨도 “간섭만 심한 쉼터는 이젠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며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살고 싶지만 이젠 건강도 좋지 않아 그저 마음이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노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독교문화원 김순복 간사는 “장기노숙자들은 대부분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수배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아 사회에 나서기를 꺼려한다”며 “자활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참여도가 낮고 의지가 약해 자활률이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